
토론토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메간 레미(Meghan Remy)의 원맨밴드 유에스 걸스의 작풍은 배경만큼 독특하다. 2008년 데뷔 앨범 < Introducing… >을 발표한 지 7년 만에 과거의 바우하우스와 콕토 트윈스, 현재의 빅 티프와 바티스 스트레인지를 아우르는 음악 레이블 4AD와 손잡았다. 4AD의 소속 뮤지션을 통해 역으로 유에스 걸스의 개성을 읽을 수 있다.
신보 < Bless This Mess >는 몸이 반응한다. 도입부의 차분함에서 리드미컬로 점핑하는 ‘Just space for light’와 복고적 일렉트로 팝 ‘So typically now’는 2018년 작 < In A Poem Limited >의 디스코/펑크(Funk) 기조를 잇는다. 시시각각 변동하는 악곡에서 흡사 뉴웨이브 밴드 얼터드 이미지스의 클레어 고르건이 떠오르는 메간 레미의 음색과 건반이 중추적이다.
4AD와의 계약 전 오픈릴 테이프를 활용한 소곡들과 달리 확대됐고, 팽창됐다. ‘Tux (your body fills me boo)’와 ‘So typically now’엔 독자성 감소와 소구력이 병존한다. 일장일단인 셈. 전작 < Heavy Light >(2020)의 진중함을 한결 걷어내 접근성을 높였다.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spanner’를 연상하게 하는 하드 록 기타에 힙합 비트와 “Breathing in, breathing out”의 후렴구를 접붙인 ‘Futures bet’, 쌍둥이 임신의 수기(手記) ‘Pump’는 장르 혼종에 변용 필터까지 씌운 별난 곡들이다. 추상화보다 구상화에 가까운 사운드 콜라주로 거리감을 줄였다.
소리의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레코드다. 아날로그 질감과 현대적 사운드 이펙트를 바삐 오가며 연구자 적 성향을 입증하고, 확장된 소리망안에서도 전위적 면모가 유효하다. 대중에 한 걸음 다가선 < Bless This Mess > 속 유에스 걸스의 아우라는 < In A Poem Limited >의 그것과 다름 없다.
-수록곡-
1. Only Daedalus
2. Just space for light
3. Screen face (Feat. Michael Rault)
4. Futures bet
5. So typically now
6. Bless this mess
7. Tux (your body fills me, boo)
8. R.I.P. Roy G. Biv (Feat. Marker Starling)
9. St. James way
10. Pump (Feat. Alanna Stuart)
11. Outro (the let 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