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lilah’와 ‘Green green grass of home’으로 유명한 웨일스 출신의 탐 존스는 테너와 바리톤을 넘나드는 빼어난 가창으로 60여 년 간의 경력을 가진 팝의 거장이다. 가창의 장점을 발휘해 여러 번 커버 앨범을 발표한 그는 < Praise & Blame >에선 가스펠과 미국 블루스 록을 다뤘고 < Spirit In The Room >에서는 포크 곡을 소울로 소화했다. 마흔한 번 째 정규 앨범인 < Surrounded By Time >은 기존 커버 앨범보다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며 선곡과 소리 방향성의 미개척지를 탐사한다.
로드 스튜어트의 < The Great American Songbook > 시리즈나 배리 매닐로우의 < The Greatest Songs Of The Seventies >처럼 익숙한 곡들을 이지 리스닝으로 재해석하는 커버 앨범의 기조와 달리 이 앨범은 덜 알려진 곡들을 음악적 실험으로 솎아내어 발굴의 미를 획득한다. 스코틀랜드 밴드 더 워터보이스의 포크 록 넘버 ‘This is the sea’에는 가스펠의 숭고함을 채색했고 영화 <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의 주제곡으로 더스티 스프링필드와 스팅의 음색으로 각인된 미셸 르그랑의 1968년도 작품 ‘The windmills of your mind’는 전위적인 전자음악으로 변한다. 이 밖에도 미국의 포크 음악가 토드 스나이더와 기타리스트 토니 조 화이트의 음악을 소개하며 너른 관심사를 드러낸다.
그는 경력 군데군데 변곡점을 두어 세태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가임을 증명해왔다. 1994년 영국의 아방가르드 신스 팝 밴드 아트 오브 노이즈와 협업한 ‘Kiss’는 프린스의 펑크(Funk)를 유쾌한 전자음악으로 바꿔놓으며 호평 받았고 독일의 디제이 마우스 티와 함께한 1999년작 댄스 팝 ‘Sex bomb’으로 UK 싱글 차트 3위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1960~1970년대에는 유행의 선도와 거리가 먼 정통적인 음악을 했던 존스지만 상기한 두 곡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정체하지 않고 대중과 호흡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앨범은 무그 신시사이저와 멜로트론 같은 건반 악기로 편곡의 다층성을 수립하고 공간감 있는 소리 디자인을 연출했으며 탐 존스는 성경 속 인물 나사로의 서사시 ‘Lazarus man’과 인도 악기 시타르를 주재료로 쓴 ‘No hole in my head’로 아트 록이란 미개척지에 발을 내디딘다. 스타 음악가들과 합을 맞춘 1999년작 < Reload >가 전기를 마련해 준 회심의 일격이었다면 < Surrounded By Time >은 80세의 나이에 음악 영토의 확장을 꾀한 야심작이다.
– 수록곡 –
1. I won’t crumble with you if you fall
2. The windmills of your mind
3. Pop star
4. No hole in my head
5. Talking reality television blues
6. I won’t lie
7. This is the sea
8. One more cup of coffee
9. Samson and Delilah
10. Ol’ mother earth
11. I’m growing old
12. Lazarus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