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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애플(Thornapple) ‘동물'(2023)

★★★☆
달콤하고도 가시를 지닌 날카로운 복귀다.

평가: 3.5/5

추악하기에 아름다운

인면양이 그려진 커버에서 거부감이 든다면 아직 본인의 면역 체계가 건강하다는 신호일 것이다. 진실을 꺼내 불쾌한 골짜기를 빚어내는 쏜애플의 < 동물 >은 마치 한 편의 르포와 닮았다. 무결(無缺)과 고귀의 가면을 방패 삼아 그 뒤에서 게걸스럽게 본능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그 와중에도 자신의 흠을 무마하고자 서로를 가리키며 “너 또한 동물이다”라 외치는 이기심의 끝에는 인류가 마주한 거대한 모순과 위선이 우뚝 서 있다.

지극히 ‘동물’스럽다. 다섯 개의 간략한 트랙 구성부터 원초적인 기본 욕구의 명단이 떠오른다. 라디오헤드 풍의 몽롱한 불면증을 연상케 하는 ‘할시온’은 동명의 수면제와 평화를 상징하는 호반새의 이야기 이중 의미를 통해 평온하게 수면욕을 추구한다. 밝은 기타가 방울지는 가운데 “나를 범해달라” 요청하는 ‘살’은 초연하게 허덕이는 성욕을 청각화한다. 각각 배고픔과 갈증을 시사하는 ‘파리의 왕’과 ‘게와 수돗물’ 역시 결핍의 소재를 가져와 조심스레 폐부를 간질인다.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이 르포의 의도는 추악함을 고발하기 위함이 아닌, 가엾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에게 보내는 위로의 손길이다. < 동물 >은 그들의 커리어 중 가장 선명하고 따스한 이유다. 모호한 비유 점철 대신 명료한 언어 체계를 도입한 < 계몽 >의 접근성을 물려받았고, ‘생존’이라기 보다는 ‘인내’에 가까웠던 < 이상기후 >의 독백을 구조 요청으로 강화했다. ‘시퍼런 봄’의 명징한 선율과 질주감을 소환하며 대중성을 구축한 ‘멸종’에서 그 조합식을 감지할 수 있다.

결국 가축과 인간을 구분하는 차이는 바로 ‘사회적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연결. 자신과 상대방의 나약함을 시인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며, 혼자가 아닌 연대로 거듭나려는 자세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보았지”(멸종)에서 홀로 띄운 운이 여러 욕망의 굴레를 거쳐 비로소 “살아가자 / 너와 내게 남겨진 생명을 다해”(게와 수돗물)로 귀결되는 수미상관은 < 동물 >이 선사하는 25분의 굴곡진 서사를 요약한다.

재가동에 어울리는 기름칠이다. 어느덧 인디 신의 중견 밴드가 된 쏜애플에게 < 동물 >은 다시금 ‘움직이는 물체(動物)’로 기능하게 해준 새로운 스타팅 포인트를 제공함과 더불어, ‘검은 별’이 상징하는 생의 마무리 대신 “살아가자”라는 생명의 씨앗을 심어 후속작에 대한 여지를 제공할 분기점을 남긴다. 팀 이름만큼이나 달콤하고도 가시를 지닌 날카로운 복귀다.

– 수록곡 –
1. 멸종
2. 할시온
3. 살
4. 파리의 왕

5. 게와 수돗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