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중후반에 개막한 뉴 웨이브 시대는 파워 팝과 신스팝, 스카 리바이벌 등 각양각색 스타일을 수용해 팝 음악계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했다. 1981년 개국한 MTV(Music Television)는 ‘보이는 음악’의 시작을 알리며 뉴 웨이브 열풍에 힘을 실었다.
수없이 명멸한 뉴 웨이브 동지들 사이로 티어스 포 피어스를 우뚝 세운 건 세월을 타지 않는 세련된 사운드와 한 보 앞서나가는 실험적 면모였다. 영국 바스 출신의 두 청년 롤랜드 오자발과 커트 스미스가 손잡아 탄생한 듀오는 ‘Mad world’와 ‘Pale shelter’를 수록한 1983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 The Hurting >부터 남달랐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뿐히 비껴 나간 < Songs From A Big Chair >는 ‘Everybody wants to rule world’와 ‘Shout’ 두 곡을 빌보드 1위에 올리며 상업성과 작품성을 결합했다.
‘Sowing the seeds of love’를 포함 프로그레시브 록과 신스팝을 섞은 듯한 음악성으로 포스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포큐파인 트리의 리더 스티븐 윌슨의 극찬을 끌어낸 바 있는 1989년 3집 < The Seeds Of Love >까지가 그들의 전성기. 1995년 작 < Elemental >과 2년 후에 나온 < Raoul And The Kings Of Spain >은 밴드의 주요 작곡가 롤랜드 오자발의 솔로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2004년 앨범 < Everybody Loves A Happy Ending >이후 약 18년 만에 나온 신보 < The Tipping Point >는 구태의연하지 않은 음악으로 시대에 감응했다. 1980년대의 신스팝과 현대의 일렉트로니카 사이의 균형추를 맞췄고 ‘급변점’을 뜻하는 앨범명은 두 멤버의 내밀한 경험을 공유하며 작품에 자전적 성격을 부여했다.
정교한 신스팝 넘버 ‘The tipping point’는 현대적인 사운드와 편곡으로 젊은 팬들에 손을 내민다. 아내와의 사별을 담은 오자발의 곡엔 슬픔이 배어 있지만, 스미스의 보컬은 극복 의지를 드리우며 두 사람에게 서로가 필요한 이유를 드러낸다. 복고적 신시사이저 음향이 두드러지는 ‘Break the man’과 서늘한 다크 웨이브 ‘My demons’로 1980년대의 노스탤지어를 소환하기도 한다.
곡 분위기에 따라 음색의 명암을 조절하며 신시사이저 미학을 세웠던 이들이 이번 앨범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듯 어쿠스틱을 배합했다.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가 찰랑대는 ‘No small thing’과 비틀스의 향기가 느껴지는 발라드 ‘Please be happy’의 따스함은 두 멤버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
‘급속한 변화는 작은 일들에서 시작한다’라는 티핑포인트 개념은 티어스 포 피어스의 역사에도 가닿는다. 피터 가브리엘과 핑크 플로이드 같은 취향을 공유했던 두 청년은 어느덧 육십 대가 되었고, 신작 < The Tipping Point >를 통해 수많은 작은 사건과 감정을 고백한다. 과거의 응시는 고통의 직면을 거쳐 희망으로 이어지며 미친 세상(Mad world)을 향해 분노를 외치던(Shout) 이들은 자비의 강물(River of mercy)로 세계관의 변모를 알린다.
-수록곡-
1. No small thing
2. The tipping point
3. Long, long, long time
4. Break the man
5. My demons
6. Rivers of mercy
7. Please be happy
8. Master plan
9. End of night
10. St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