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둡게 물든 남성 그룹의 경쟁에서 세븐틴의 파스텔 톤은 돋보인다. 이들의 매력은 청량함에 국한되지 않고 자체 제작 아이돌의 솔직담백함과 성장 서사, 13명의 다채로움으로 수놓은 ‘틴에이지 뮤지컬’까지 뻗어 있다. 작년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에 인수된 후에도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청춘 찬가 ‘Left & right’와 스윙 재즈의 리듬으로 1940년대 브로드웨이를 연상케 하는 ‘Home ; run’은 그룹의 색채와 대형 소속사의 기획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아낀다’, ‘만세’, ‘예쁘다’로 이어지는 청량 3부작을 차용한 컨셉트 트레일러의 의도처럼 타이틀곡 ‘Ready to love’는 청명하며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네 박의 드럼, 찰랑이는 기타 리프에서 느껴지는 록의 기조와 균일한 퍼포먼스는 엔하이픈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잔상을 앞세운다. 팀의 개성을 지우고 크레디트를 채운 하이브의 작곡진을 대변하는 넘버는 대형 소속사가 일률적인 성공 공식을 만들어 북미로 나아가고자 한다는 의심을 잉태한다.
그룹을 구성하는 3개의 유니트가 세븐틴의 정체성을 지탱한다. 8비트 게임의 배경음악을 본 뜬 칩튠 사운드 위에서 멤버들의 어린시절을 풀어나가는 ‘Gam3 bo1’는 힙합 팀의 유쾌함을 담고 있고 ‘Wave’는 그루비한 신시사이저의 유영으로 퍼포먼스 팀의 섹시함을 드러낸다.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은 2000년대 한국 리듬 앤 블루스의 기조를 따르며 보컬 팀의 능숙한 화음을 내세운다. 예상을 뛰어넘는 멤버들의 보컬 역량은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그룹의 색다른 면모를 강조하고 노랫말의 진심 어린 고백은 타이틀곡의 기조를 이어받으며 앨범을 완결한다.
하이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위화감을 조성한 여자친구의 < 回 : Walpurgis Night >과 비교했을 때 세븐틴의 < Your Choice >는 타협적인 방식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이식했다. 몇 장의 앨범을 아우르는 장대한 세계관을 삽입하지도 않았고 각 유니트의 특성을 고려한 수록곡을 남겨두며 급진적인 변화를 유보했다. 그럼에도 그룹의 정체성에 앞서 있는 기획사의 목적이 여자친구에게서 느꼈던 이질감을 되풀이한다. 단기간에 미국 내 입지를 조성하려는 하이브의 욕심이 세븐틴의 생동감을 떨어뜨렸다.
– 수록곡 –
1. Heaven’s cloud
2. Ready to love
3. Anyone
4. Gam3 bo1
5. Wave
6.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