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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록스(The Strokes) ‘The New Abnormal'(2020)

★★★☆
오랜 표류 끝에 신대륙에 도달한 스트록스는 당당하게 항해가 틀리지 않았음을 외쳐낸다.

평가: 3.5/5

스트록스 연대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Julian Casablancas)의 진두지휘로 ‘개러지 리바이벌’의 부흥을 이끈 1막, 그리고 집권에서 내려와 ‘뉴웨이브’ 사운드의 시작을 알린 2막이다. 대개 이맘때쯤 밴드가 그렇듯, 고착화에서 벗어나 더 넓게 도약하려는 성장통이었던 셈이다. 이들에 대한 평가가 갈리기 시작한 것도 이 지점이다. 극적 변모를 거친 음악은 다음 세대로의 정착보다는, 마치 길을 잃고 헤매는 부적응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서두르게 허물을 벗고 변태한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당혹감을 선사했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의 솔로 앨범 < Phrazes For The Young >처럼 선명한 팝 노선을 따르는 것도 아닐뿐더러 초기 스타일처럼 너저분한 노이즈로 젊음의 포효를 노래하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애매하게 경계에 걸친 작업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다행히 모든 곡이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펼처 놓은 그물에 간혹 물고기가 걸리듯 ‘You only live once’나 ‘Under cover of darkness‘ 같은 발군의 수록곡은 퍼즈 이펙트의 가속도를 유지하면서도 개러지의 잔향보다는 유쾌한 멜로디로 흡입력을 자아내, 많은 이들이 부정했던 < Is This It? >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고 있었다.

앨범 커버가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작품이라는 점을 보자. 신표현주의와 개러지 리바이벌이라는 신(新) 문화의 선봉장으로 활동했다는 묘한 공통점. 어쩌면 길거리 문화 그라피티로 고고한 예술계의 인정을 따낸 그의 모습에서, 반항 음악으로 과거 주류 평단의 찬사를 받은 동질감을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스트록스는 대중이 본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작은 앞서 과거의 영광을 언급하며 인정하며 기존 팬들을 충족하는 동시에, 그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미지 영역으로의 모험을 계속하며 행보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7년만의 신보, < The New Abnormal >은 결코 이들의 첫인상과는 표면적으로 닮지 않았다. 가죽 냄새의 미니멀리즘이나 날 것의 부가물은 없고 기조는 폭렬보다는 되려 차분하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스트록시’한 내음이 배어 나온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모든 작업물을 포용하려 한 듯한 트랙들이 속속히 등장하는데, 거쳐온 자취들을 주마등처럼 비추며 청사진을 그려낸다. < Room On Fire > 정서를 가득 머금은 ‘The adults are talking’과 ‘Bad decisions’를 지나 < Angels >의 투박한 전자음이 숨 쉬는 ‘Brooklyn bridge to chorus’가 나오고, < Comedown Machine>처럼 유순한 방식으로 감정선을 건드리는 ‘Eternal summer’와 ‘Ode to the mets’가 그들의 서사를 일축한다.

본격적인 커리어 복습 가운데 개인 프로젝트와 더 보이즈(The Boidz) 활동 당시 자주 쓰던 ‘신시사이저’ 또한 놓치지 않고 가져왔다. 심지어 수입 과정에서 약간의 조율을 섞었다. 개인 독점으로는 자극적이고 밴드 단위로는 심심하게 다가오던 그 시절의 신시사이저가 아닌 두 환경을 적절히 융화해 균형을 이뤄낸 주재료로 살려내는데, 앨범의 명실상부 킬링 트랙인 특유의 키치함을 풍기며 낙관적인 우울감을 그려낸 ‘At the door’와 여러 음역을 오가며 보컬의 건재함을 알리는 ‘Selfless’가 그렇다.

물론 배후에 있는 유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의 공이 크다. 감격스러운 추억 보정을 이뤄낸 초중반부에 비해 다소 화력이 떨어지는 후반부나, 중간중간 의아한 부분(‘The adults are talking’의 첫 3초가 예시가 되겠다)이 탈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프로듀싱 과정에서 착실하게 다듬은 그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완벽한 스트록스의 진화작임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기나긴 숙성 끝에 코르크 마개를 딴 이들의 음악은 1막의 거친 풍미와, 러닝타임이 끝나고도 구미를 당기는 2막의 뒷맛을 남기고 있으니.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 그간 먼 길을 걸어온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 표류 끝에 신대륙에 도달한 스트록스는 당당하게 항해가 틀리지 않았음을 외쳐낸다.

– 수록곡 –
1. The adults are talking
2. Selfless
3. Brooklyn bridge to chorus 
4. Bad decisions 
5. Eternal summer 
6. At the door 

7. Why are sundays so depressing
8. Not the same anymore
9. Ode to the m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