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아의 활동 범위가 이제 영화로까지 이어진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개봉 예정이 없지만 자국인 호주에선 지난 1월 14일 공개돼 먼저 관객을 만났다. 영화 < Music >. 2007년 직접 쓴 단편 소설을 각색해 만든 뮤지컬 형식의 극으로 작품 속 10개의 사운드트랙 역시 시아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작년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그는 이 창작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즉, 9번째 정규 음반이자 감독 데뷔작 < Music >에 영향받아 쓴 동명의 앨범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맺음’을 담당한다.
우선의 숨 고르기 앞서 음반의 얼개는 다소 헐겁다. 스스로 이 정규 음반을 단순한 사운드트랙이 아닌 스튜디오 음반이라 명명했으나 전체적인 흐름과 에너지가 전에 비할 것이 못 된다. ‘Chandelier’라는 그해 최고의 히트 싱글을 탄생시킨 < 1000 Forms Of Fear >(2014)의 강렬한 퍼포먼스나 다른 가수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곡들에 새 숨결을 불어 넣은 < This Is Acting >(2016)의 신선한 구성. 혹은 < Everyday Is Christmas >(2017)의 쫀득한 멜로디와 화려한 색감이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
앨범의 구심력을 끌어올 구성보단 각 곡의 인상에 더 힘을 쓴 기색이다. 말하자면 보너스 트랙을 포함한 14개의 곡은 각자 저마다의 굴곡을 가지고 있다. 수록곡이 모두 모여 하나의 파도를 만들기보단 잔잔한, 크고 작은 14개의 물결이 모였다. 영화 속 영상과 만났을 때 확실한 화력을 장착할 곡들은 선공개된 싱글 ‘Together’, ‘Hey boy’, ‘Courage to change’ 등을 제외하곤 부피가 크지 않다. 시아의 검증된 작사, 작곡 실력이 이번에도 대번 그 힘을 보여준다고 할지라도 곡 사이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미드 템포의 일렉트로 팝 ‘Eye to eye’와 피아노를 바탕으로 점점 웅장해지는 ‘Music’이 교차하여 재생될 때 수록곡은 각자도생하며 선명히 기억에 남는 건 꾹꾹 눌러 사운드를 꽉 채운 노래가 될 뿐이다.
얼마나 새로운 모습이 있는가, 혹은 얼마나 더 인상적인 모습이 있는 가란 질문의 답은 쉽지 않다. 확실한 건 기세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영국 가수 두아 리파와 함께 작업한 ‘Saved my life’, 쭉쭉 뻗어 나가는 가창이 일품인 ‘Floating through space’, 힙합 비트의 ‘Play dumb’ 등 여전히 그가 좋은 곡을 쓴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민은 다시 시작점에 놓인다. 비단 ‘사운드트랙’만이 아닌 정규 앨범은 ‘사운드트랙’이어야 설명될 수 있는 빈틈들이 많다. 거칠지만 갈라지지는 않는 시아의 목소리, 전매특허인 매끈한 선율들이 담겨있지만 음반 전체의 이어짐이 부족하다. 때문에 작품의 메시지 또한 성기게 흘러간다. 영화의 스토리 없이 존재하기엔 힘이 약하다.
– 수록곡 –
1. Together
2. Hey boy
3. Saved my life
4. Floating through space(Feat. David Guetta)
5. Eye to eye
6. Music
7. 1+1
8. Courage to change
9. Play dumb
10. Beautiful things can happen
11. Lie to me
12. Oblivion(Feat. Labrinth)
13. Miracle
14. Hey boy(Feat. Burna Boy)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