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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 ‘In Times New Roman…’

★★★★
단단하고 매끈하다.

평가: 4/5

익살맞은 어릿광대 혹은 이리저리 뛰노는 꼬마 임프와 같았던 전작 < Villains >를 지나 기존의 묵직한 맛으로 돌아왔다. 조시 호미(Josh Homme)의 개인사 문제는 전작 프로듀서 마크 론슨의 댄스를 불가피하게 걷어냈다. 이혼 소송과 암 투병, 친구의 사망이라는 여러 불행이 겹쳐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연주하는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이하 QOTSA)의 록은 침잠되어 있을지언정 더욱 단단하고 매끈하다.

QOTSA의 가장 큰 특징인 어둡고 묵직한 톤에 담긴 퇴폐미와 섹시함은 첫 트랙 ‘Obscenery’부터 화끈하게 들이닥친다. 제목부터 음란이다. 쾌락과 혼란 사이에 놓인 노래를 베이스와 드럼이 매끄럽게 받아 흔든다. 스트링 사운드를 통한 완급 조절도 탁월하다. 본격적으로 템포를 올려 질주하는 다음 곡 ‘Paper machete’에서는 진실, 서약 따위가 무의미한 세계를 노래하는 동안 그 뒤에서 포효하는 기타 속주를 들을 수 있다. 이렇듯 < In Times New Roman… >은 우울한 내면을 분노의 록으로 치환한다.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트로, 날카롭게 귀를 베는 인터루드의 기타 리프, 점점 휘몰아치는 구성과 함께 고통, 죽음, 자유, 해방을 노래하는 가사가 인상적인 ‘Carnavoyeur’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낙하 후 활공’, ‘살고 죽고’, ‘실패하고 일어서고’와 같은 가사는 상승과 하강을 쉴 새 없이 반복하는 앨범의 핵심을 관통한다.

< Villains >의 과장된 즐거움은 제거했으나 QOTSA만의 음악 그 자체로써 신나게 즐길거리는 여전하다. 변칙적인 드럼 비트와 일그러진 기타 리프로 뒤틀리고 왜곡된 퍼레이드를 음악화한 ‘Made to parade’가 대표적이다. 5집 < Era Vulgaris >의 ‘Sick, sick, sick’과 비슷한 결이되, 과하게 증폭된 디스토션을 걷어내고 댄서블한 분위기를 더 강조한 ‘What the peephole say’도 마찬가지다. 두 트랙은 앨범 내 가장 침잠된 분위기인 ‘Carnavoyeur’의 전후로 배치되어 이번 작의 완급조절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 In Times New Roman… >는 정공법이다. 각각 밴드의 황금기를 알렸던 < Songs For The Deaf >와 < …Like Clockwork >의 다채로움이나 초기 히트작 < Rated R >의 카타르시스는 덜한 대신, 일관된 묵직함과 쫀득한 사운드를 절묘하게 융합한다. 이는 기존 QOTSA가 구사해 온 블루스 록과는 큰 차이가 없으나 여전히 깊은 맛이 난다. 다시 한번, 고통은 예술이 되었다.

– 수록곡 –
1. Obscenery 

2. Paper machete
3. Negative space
4. Time & place
5. Made to parade
6. Carnavoyeur 
7. What the peephole say 
8. Sicily
9. Emotion sickness 

10. Straight jacket fit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