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도적인 해외 팬, 3명의 메인보컬,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등장한 7인조 걸그룹 퍼플키스는 곡 작업에 멤버들도 참여해 다른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나고은, 수안, 채인의 메인보컬 트리오는 탄탄하고 일본인 멤버 유키는 가사 전달력이 중요한 랩 파트를 맡을 정도로 현재 걸그룹 메인 래퍼들 중에서도 최상위권 실력을 소유하고 있다. 유키가 랩 메이킹에 직접 참여해 자신에게 맞는 플로우와 라임을 스스로 찾아서 만든 노력 덕분이다. 소속사 레인보우 브릿지 월드의 대표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도훈은 이렇게 멤버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음반 제작 참여를 독려한다.
7월 25일에 공개한 네 번째 미니앨범 < Geekyland >는 괴짜를 노래한다. 보도 자료에서 명시된 것처럼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존재들이 숨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메시지를 설파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와도 일맥상통하는 이 주제는 인트로 ‘Bye bye bully’와 리드 싱글 ‘Nerdy’가 대변한다.
퍼플키스는 세 명의 메인보컬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 모두 수준급의 가창력을 앞세워 라이브에도 자신감이 드러나고 그 당당함은 안무로 나타난다. 신인 아이돌 그룹으로 이 정도의 실력과 패기를 과시한 팀은 흔치 않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노래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트렌트를 쫓아가기 위한 새롭고 파격적인 컨셉트에 매몰되어 기억에 남을 만한 멜로디가 없다. 코어 팬이 아니면 자주 듣고 싶은 곡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2021년에 공개한 < Into Violet >이나 < Hide & Seek >의 대중적인 음악보다 트랩을 전면에 내세운 미니 3집 < memeM >의 기조 위에 게일과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많이 참고한 이미지의 음악을 담았다. 다운템포 풍의 ‘Can’t stop dreamin”과 수안의 깊고 허스키한 음색이 곡 전체를 이끌어 가는 ‘Summer rain’ 같은 곡에서만 멜로디를 수줍게 드러낸 채 응집된 폭발력을 감추고만 있다. 멤버들의 음악적인 성장은 스타일에 가려져 오히려 대중과 원거리 소통을 한다. 이 간격을 좁혀야 국내 팬덤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소속사 마마무의 보컬과 원어스의 퍼포먼스, 원위의 파워를 합쳐 퍼플키스의 캐릭터를 완성했지만 방향성은 아직 혼란스럽다. ‘괴물’이 될 수 있는 퍼플키스가 ‘괴짜’가 되는 것은 케이팝의 손실이다.
– 수록곡 –
1. Intro : Bye bye bully
2. Nerdy
3. Fire flower
4. Can’t stop dreamin’
5. Love is dead
6. Summer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