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듬 게임에 푹 빠졌던 소년은 2010년도에 수많은 텍스처가 즐비한 컴플렉스트로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전형적인 EDM식 비트 드롭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다양한 스타일을 폭넓게 수용하며 영토를 다졌다. 물론 전자 음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은 우울증을 앓게 할 정도로 고된 여정이었다. 7년 만의 정규 앨범 < Nurture >는 순탄치만은 않았던 젊은 날을 돌아본다.
자전적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본인이다. 개인적인 추억을 담았던 데뷔작 < Worlds >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과도한 피처링은 트랙마다 화자를 변하게 하여 도리어 디제이 출신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엔 전부 포터의 목소리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가 떠오르는 ‘Sweet time’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후의 삶에 감사를 표한다. 보정을 통해 ‘그’가 ‘그녀’가 되기도 하지만 이 인위적인 여성 보컬은 속마음을 대변하며 진정성을 더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팝의 전개를 따르는 ‘Mother’에서 어쿠스틱 기타가 이끄는 포크 발라드 ‘Blossom’까지 자아성찰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2000년대 중반 일본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던 IDM의 요소도 엿보인다. 자연과 기계음이 충돌하는 엠비언트 ‘Wind tempos’는 한 개의 건반 위에서 정체불명의 소리들이 좌우로 뛰어다니는 전반부와 피아노 솔로가 등장하는 잔잔한 후반부가 대비를 이루며 극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툭툭 끊기는 연출의 ‘Dullscythe’ 역시 무작위의 악기 나열로 가사 없이도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그린다.
서른 즈음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는 아이처럼 꽃밭에 몸을 뒹군다. 철없어 보이지만 막 사춘기를 졸업한 듯한 모습은 홀가분해 보인다. 작업에 대한 고민이 불러낸 전자기 폭풍은 자연친화적 사운드와 조우하며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다.
– 수록곡 –
1. Lifelike
2. Look at the sky
3. Get your wish
4. Wind tempos
5. Musician
6. Do-re-mi-fa-so-la-ti-do
7. Mother
8. Dullscythe
9. Sweet time
10. Mirror
11. Something comforting
12. Blossom
13. Unfold
14. Trying to feel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