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의 새 앨범에서 오지 오스본은 여느 때보다 비장하다. 숱한 위기를 딛고 돌아온 자신의 건재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0여 년간 죽음에 관한 노래를 불러온 어둠의 왕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실제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포도상구균, 상기도 감염증, 폐렴, 낙상에 이어 파킨슨병까지 그를 덮쳤다. 모진 세월을 통과한 1942년생 로커는 이렇게 외친다.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죽고 싶진 않아!”(‘Ordinary man’)
< Ordinary Man >은 오지 오스본의 생존 기록이다. 건강을 회복하면서 만든 앨범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겼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순간을 떠올리는가 하면, 성큼 다가온 생의 마지막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비웃기도 한다.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대목에선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앨범 내내 진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음식에 빗대며 어서 먹어 치우라고 소리칠 때는 특유의 장난기가 돋보인다.
오지 오스본의 지난 앨범들처럼 이번에도 막강한 조력자들이 가세했다. 2019년 딸 켈리 오스본의 제안으로 이름도 잘 몰랐던 포스트 말론과 작업했던 그는(‘Take what you want’), 당시 좋은 인상을 남긴 포스트 말론의 프로듀서 앤드류 와트(Andrew Watt)를 섭외해 신보를 구상했다. 여기에 건즈 앤 로지스의 베이시스트 더프 맥케이건(Duff McKagan),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드러머 채드 스미스(Chad Smith)를 비롯해 슬래쉬, 찰리 푸스, 톰 모렐로(Tom Morello) 등을 연주자로 들였다. 엘튼 존, 포스트 말론, 트래비스 스캇에 이르는 피처링 라인업 또한 특급이다.
음반은 아티스트의 반세기를 집약한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도입부를 지나 육중한 연주를 퍼붓는 첫 곡 ‘Straight to hell’은 그의 전매특허다. ‘Goodbye’, ‘Under the graveyard’의 템포 전환, ‘Scary little green men’의 속도감 넘치는 그루브, 포스트 말론과 함께한 ‘It’s a raid’의 맹렬한 속주와 스크리밍 또한 익숙한 연출이다. ‘Today is the end’의 불길하고 음울한 무드는 블랙 사바스부터 이어진 전통에 가깝다. 세월의 풍파에 힘을 잃고 빛바랜 보컬은 카리스마와 테크닉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앨범 곳곳에선 여전한 광기가 번뜩인다.
발라드 트랙의 매력도 상당하다. ‘All my life’, ‘Holy for tonight’에서 그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마지막 의지를 되새긴다. 늘 호기롭게 죽음과 파멸을 노래해 왔지만, 어느새 겸손해진 그의 태도에서 연륜이 드러난다. 앨범에서 가장 감정적인 순간은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엘튼 존이 함께한 ‘Ordinary man’이다. 두 사람은 찬란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그들을 지지해준 주위 사람과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노인이 된 두 악동은 슬래쉬의 기타 세례 속에 생의 끝까지 비범하리라 선언하며 로커의 사명감을 내비친다.
더없이 솔직하고 담백한 앨범이다. 헤비메탈의 창시자로서 활약해온 지난날의 유산을 오롯이 담았고, 현재 진행형 아티스트들과 그가 살아있음을 유감없이 뽐냈으며, 앞으로의 다짐을 선명하게 기록했다. 오지 오스본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한 장에 담겼다. < Ordinary Man >은 제목과 달리 그가 록 역사상 가장 평범하지 않은 인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수록곡-
1. Straight to hell
2. All my life
3. Goodbye
4. Ordinary man(feat. Elton John)
5. Under the graveyard
6. Eat me
7. Today is the end
8. Scary little green men
9. Holy for tonight
10. It’s a raid(feat. Post Malone)
11. Take what you want (feat. Ozzy Osbourne & Travis Sc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