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뜬구름 잡나 싶었던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가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전적으로 유닛 오드아이써클의 공이 크다. 김립, 진솔, 최리로 구성된 팀의 EP < Mix&Match >와 < Max&Match >는 당시 유행이었던 퓨처 베이스 장르 채용과 수려한 멜로디로 숨겨진 아이돌 역작 반열에 올랐다. 12인 이달의 소녀 데뷔를 끝으로 유닛은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난 듯했으나 소속사와의 계약 해지가 뜻밖의 부활을 가능케했고, 그렇게 전례 없는 서사와 함께 오드아이써클이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복귀작이다. 타이틀 ‘Air Force One’은 간결한 사운드와 구간마다 스펙터클을 배치한 곡 구성이 합일을 이루지 못한다. 저지 클럽 비트의 채택은 장식적인 사용에 그치며, 후렴의 ‘따라다라 따따따’는 팔세토 보컬을 타고 반쯤 억지로 고조된 분위기를 잇는 대신 강압적인 반복으로 난기류를 선사한다. 같은 회사의 트리플에스가 ‘Generation’과 ‘Rising’에서 흥얼거리던 ‘랄랄라’가 곡 전체를 능숙하게 견인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 회사에 둥지를 틀고 발매까지의 준비 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이외 곡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특색 없는 알앤비 ‘Lucid’, 진득한 베이스에 비해 후렴이 밋밋한 ‘Love me like’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힘을 뺀 모양새다. 잔잔하게 시작해 발랄하게 변모하는 ‘My secret playlist’도 반전의 문턱에서 아슬아슬하게 끊기고 만다. 무난히 들을 만은 하나 성숙해진 멤버들의 보컬 운용을 제외하면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마땅히 없는 곡들이다.
전체적으로 흐릿한 트랙 사이에서 ‘Je ne sais quoi’가 귀에 들어온다. 오드아이써클 음악의 주요 특징인 신비로운 음색 처리를 재현하여 고혹적인 분위기를 피우는 곡은 전작의 ‘Uncover’를 연상시키면서도, 보다 대담하게 접근하는 보컬을 통해 EP의 제목처럼 ‘버전 업’한 모습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팀 컬러가 작곡진과 별개로 개개인에게 스며들었음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과거 이달의 소녀(LOOΠΔ) 시절 주파수를 끊고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아르테미스(ARTMS) 프로젝트의 첫 발걸음이 마냥 가뿐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시작부터 바로 뜀박질과 비행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 단발성 유닛에서 독립된 팀으로 변신한 오드아이써클이 긴 탐험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겪는 인수인계이자 발을 길들이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 새 신발은 이제 막 신었을 뿐이다.
-수록곡-
1. 기다렸어?
2. Air Force One
3. Je ne sais quoi
4. Lucid
5. Love me like
6. My secret play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