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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토끼 ‘KOSMOS'(2021)

★★☆
음악 세계를 유유히 여행하는 듯하다.

평가: 2.5/5

싱어송라이터 야광토끼의 음악 속에 담긴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5년 만에 공개된 신보 < KOSMOS >는 1980~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음악부터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그리고 청량한 인디 감성이 야광토끼라는 음악가의 우주 속 행성들처럼 맴돈다. 마치 도회적인 정서를 산뜻하게 담아낸 < Seoulight >부터 다채로운 전자음악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던 < Stay Gold >까지 이어져 온 그의 음악 세계를 유유히 여행하는 듯하다.

< KOSMOS >가 그린 우주는 광활한 세계가 아닌 차가운 도시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향한다. 우울한 일상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온도의 전자음들은 신비한 지구 밖 세상이 아닌 개개인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내적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차분한 발라드곡 ‘Let me be the one’, 몽환의 숲을 그려내는 듯한 신비로운 사운드의 ‘IDK’와 ‘Just the way you are’가 감상의 흐름을 주도하며 몰입을 더한다.

잔잔하고 편안한 감성에만 집중했던 탓일까. 우주 속을 유영하듯 은은하게 흘러가는 선율들은 뚜렷한 상을 그려내지 못한다. 친숙한 사운드로 구현해 낸 < Seoulight >의 개성, 사운드의 독특한 만듦새로 강렬한 청취 경험을 선사한 < Happy Ending >의 임팩트, 한국적인 요소와의 결합을 시도한 < Stay Gold >의 새로운 도전처럼 인상적인 지점이 없다. 자신만의 우주라는 타이틀을 흐릿한 잔상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약점인 것이다.

야광토끼의 색깔을 부각하기 좋은 일렉트로닉과 신스팝 성향의 곡들도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Twilight’은 기존에 발매했던 그의 전자음악들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하고, 복고 신스 사운드의 ‘아파트 천국’은 시류를 반영한 직설적인 가사를 표현한 것에 반해 곡이 다소 평이하다. 클래식한 선율과 트렌디한 비트 사이를 오가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릴을 만들어낸 ‘Bloom’만이 유일하게 유니크한 소리를 들려줄 뿐이다.

긴 공백을 깨고 들려준 신곡들은 반갑지만, 야광토끼의 음악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들은 여전히 과거의 결과물들에만 머물러 있다. 자기 컬러가 확실한 아티스트로서 변화와 도전에 거리낌이 없었던 이전 곡들을 들어보면, 이번 신보는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 Seoulight >로 홀로서기를 한 지 정확히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데뷔 당시 통통 튀던 강렬한 첫인상은 점점 옅어져만 간다.

– 수록곡 –
1. Call you
2. Just the way you are
3. 아파트 천국
4. Twilight
5. Let me be the one
6. Idk
7. Bloom
8. 그저 가만히 앉아서
9. Kos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