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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Room Vol.1′(2022)

★★★
파티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평가: 3/5

톡톡 튀는 가사가 돋보이는 EP < Room Vol.1 >은 대중의 취향을 겨냥한 시도라기보단 아티스트의 개인적 회고에 가깝다. 전작들의 흥행, < 싱어게인 >의 후광이 사라진 발매 시기 등 다소 무리한 증명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외적 요인이 있었음에도 이번 앨범은 꿋꿋하게 이무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주관적인 감성에 집중한다. 마치 파티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젊은 세대에게 친화적인 메시지를 담은 타이틀 ‘참고사항’의 흥겨운 리듬을 발판 삼아 재생을 시작하면 소년과 입시생, 그리고 사회초년생으로서 바라본 자신의 삶을 하나로 꿴 서사가 귀에 들어온다. 진지한 통찰보단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서 나올 수 있는 솔직함으로 풀어낸 가사로 잔잔한 재미를 연출한다. 가사의 내부 요소 간 조밀한 연결은 부족하나 한편으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전개에서 오는 신선함이 가수 특유의 당돌함을 드러낸다.

앨범 전반적으로 선율에 동양적인 장식음을 얹어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매력적인 멜로디의 발라드 곡 ‘8번 연습실’에서 이러한 연주가 가장 도드라진다. 이 까닭에 어쿠스틱한 정서와 구성진 감성의 조합이 자연스럽지 못한 앙상블로 흐를 뻔하나 개성 있는 톤, 날렵한 음정 이동 등 기본에 충실한 가창력으로 어색함을 상쇄한다.

어린 시절의 꿈과 커버린 자신의 대비를 표현한 팝재즈 곡 ‘우주비행사’부터 대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서 과거의 공간을 바라본 아쉬움을 담은 전형적인 포크 트랙 ‘자취방’까지 곡들을 여러 장르로 편곡한 모습이 가수의 음악적 욕심을 발견하게 한다. 앨범을 꿰뚫는 하나의 음악 콘셉트가 없는 것은 몰입도를 덜어내는 요소이나 아티스트에게 여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긍정적인 예표로 기능한다.

곡들의 차트 성적 추이가 최근 논란 중인 ‘신호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진솔한 서사가 있어 소포모어 징크스를 연결 짓는 건 가혹하다. 오히려 이무진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에게 건네는 장면에서 순수한 뮤지션의 전형이 스쳐 흐뭇하다. 그의 음악이 대중의 정서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전략이 아니라 솔직함 때문이었다. 차트 성적과는 별개로 이 솔직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 수록곡 –
1. 참고사항
2. 우주비행사
3. 8번 연습실
4. 욕심쟁아
5. 자취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