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어떤 식으로 넓혀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알앤비 가수 켈라니의 내면 탐구 여정을 영화처럼 그려낸 < Blue Water Road >는 진지한 메시지가 묻어나는 솔직한 음반이다.
전작 < It Was Good Until It Wasn’t >이 육체적인 사랑에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 사랑의 의미에 관해 묻는다. 죽음과 이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Altar’, 불안을 승화하는 순간을 포착한 ‘wondering/wandering’ 등 밀도 있는 가사가 돋보인다. 켈라니는 한 팟캐스트에서 “다시 태어남(Re-birth)”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큰 심정적, 영적 변화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고요한 사운드로 종교와 퀴어 등 진지한 주제들을 다루는 모습이 근사하다.
앨범 전반적으로 힙합 사운드 위에 간단한 멜로디를 얹은 모양새다. 네오 소울의 향취도 있으나 선율로 음악을 주도하는 대신 가사 전달과 리듬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힙합의 정서와 더 가깝다. 1990년대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붐뱁 비트에 속도감 있는 보컬을 더한 ‘Wish I never’와 저스틴 비버가 피쳐링한 ‘Up at night’에서 안정감 있는 구조의 리듬과 짜임새 있는 연주 테크닉이 드러난다. 트렌디한 알앤비 보컬 스타일의 교과서 같은 전개다.
멜로디가 도드라지지 않아 각 트랙의 역동적인 재미는 부족하나 음반 전체의 서사가 촘촘하여 몰입감이 있다. 음악을 주도하는 사운드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완급 조절이 제 역할을 해낸 까닭이다. ‘Little story’, ‘Shooter interlude’, ‘Everything interlude’ 등 테마를 전환하며 감성을 환기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 곡씩 따로 들을 때보단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한 번에 들었을 때 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만 16살의 나이에 오디션 프로그램 < 아메리카 갓 탤런트 시즌6 >에서 최종 4위의 성적을 거둔 밴드의 보컬로서 주목받은 이후로 독특한 캐릭터를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는 켈라니는 언제나 자신의 혼란을 음악으로 녹여낸다. 더 깊어진 감성으로 순수하게 제련된 사운드가 도드라지는 < Blue Water Road >도 내면의 제단 위에 불안을 올려놓은 이야기다. 앨범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음반은 아티스트가 밟은 어떤 길에 대한 이야기다. 제단으로 가는 길이 전보다 가볍다.
– 수록곡 –
1. Little story
2. Any given sunday (Feat. Blxst)
3. Shooter interlude
4. Wish I never
5. Up at night (Feat. Justin Bieber)
6. Get me started (Feat. Syd)
7. Everything Interlude
8. More than I should (Feat. Jessie Reyez)
9. Altar
10. Melt
11. Tangerine
12. Everything
13. Wondering/wandering (Feat. Thundercat and Ambr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