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색감을 제외한 모든 것이 동일한 앨범아트는 정글의 커리어를 함축한다. 어느덧 4번째 앨범까지 달려온 그들에게 펑크(Funk), 디스코, 소울은 이들의 음악적 시발점이자 오랫동안 갖고 놀고 싶은 애착 대상이다. 해당 장르로 골조를 세우고 여기에 무드와 템포만 살짝 바꿔 가면서 세련된 그루브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전작 < Loving In Stereo >는 끈적한 맛을 줄이고 더욱 세련된 댄스 플로어를 구축하며 흥행전략을 이어갔다. 이번 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동으로 어깨가 들썩이는 그루브를 뽑아내는 능력은 여전하다. 브라스 세션을 앞에 세우고 호소력 짙은 보컬과 코러스의 매력을 한껏 살리는 ‘Dominoes’, 하우스와 소울의 매력 포인트를 가장 절묘하게 교차한 트랙 ‘Candle flame’과 같은 트랙이 작품을 견인한다. 새롭고 신선하기보단 제일 무난하게 듣기 좋은 정도에 가깝다.
그동안 전체적인 매력을 주도하던 베이스는 거의 모든 트랙에서 드럼 비트와 각종 전자음, 과잉된 고음에 파묻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강약 조절 패턴도 획일화되어 있다. 트렌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세련된 스타일로 놀기에는 좋지만, 뻔하다. ‘Coming back’은 꽤 멋진 베이스라인과 비트를 지녔음에도 세션이 조화롭게 얽히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는 마당에 전자음만이 홀로 허공에 맴돌면서 좋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Back on 74’는 행복하고 평온한 소울이지만, 선명하던 기타 사운드를 뭉개버리는 후반부가 편안한 감상을 해친다. 앨범 내 잔잔한 무드를 담당하는 ‘Good at breaking hearts’는 기존의 ’Casio’ 같은 곡에 비하면 너무 지루한 나머지, 앨범의 흐름을 끊어 먹는다.
즐겁고 편한 감상을 추구하는 정글과 < Volcano >의 방향성 자체는 납득이 된다. 문제는 지속된 반복으로 이 앨범과 그들의 음악이 갖게 된 안전함이다. 다프트 펑크의 < Random Access Memories >가 복고의 재해석으로 물길을 터준 지도 10년이 지났다. 정글은 데뷔로부터 10년이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자신들이 만든 좁은 복고의 틀 안에서 얕은 패턴을 돌려쓴다. 정글의 화산은 화려하고 뜨거울지언정 분출하지 않는 휴화산이다. 겉보기에 멋지고 위험 요소도 없어서 수요는 꾸준하겠지만, 그것이 화산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 수록곡 –
1. Us againt the world
2. Holding on
3. Candle flame
4. Dominoes
5. I’ve been in love
6. Back on 74
7. You ain’t no celebrity
8. Coming back
9. Don’t play
10. Every night
11. Problemz
12. Good at breaking hearts
13. Palm trees
14. Pretty little 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