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eaux Tales >는 미국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재즈민 설리번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주는 복귀작이다. 애인에게 학대당한 아픔으로 공백기를 가진 뒤 다시 일어선 < Reality Show >에 이어 로맨스 대신 상처와 폭력, 고통의 사랑을 대담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여성의 성적 욕구와 물질적인 욕망, 사회적 역할,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손가락 스냅을 이용한 최소의 그루브로 자신을 훈계하는 ‘Bodies’는 이성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자책하며 상징적인 인용구 ‘Bitch’로 앨범의 방향을 소개한다. 한때 누군가의 차를 박살내겠다고 위협했던 여가수는 분노의 심리를 드러내지 않는 대신 여성들에게 감정을 놓지 말라 말하는 ‘Pick up your feelings’로 성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앨범의 진가는 곡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여섯 개의 독백에서 나타난다. 서로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수록곡과 서사적인 연결을 꾀하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주목받는 알앤비 가수 아리 레녹스는 사랑을 다루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설리번 어머니의 친구의 이야기는 아내로서 여성이 가정에서 존재하는 위치를 상기한다. 뒤이어 나오는 절묘한 목소리가 사랑과 섹스에 대한 여성들의 통찰력을 구체화하여 포용한다.
남성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섹스담론을 여성의 것으로 치환하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다. 힙합 트리오 솔트 앤 페파가 1991년에 발매한 ‘Let’s talk about sex’에 의해 이어져 온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이 새겨진 바톤을 넘겨받는다. 아리 레녹스의 관능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동시에 가장 노골적으로 성을 다루는 ‘On it’은 네오소울로 애로틱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Pricetags’는 젠더파워를 재정적인 것을 비롯한 모든 것에 힘을 실어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Bust your windows’처럼 ‘화난 노래’를 빼고 그의 음악적 기초가 된 ‘여성의 힘’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사회의 뒷면에 자리하던 여성의 현실을 수면위로 드러내 그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롤모델의 조언도, 해피엔딩도 아니지만 상처투성이의 한 여성이 불합리로 기운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외치는 울림이다.
– 수록곡 –
1. Bodies (Intro)
2. Antoinette’s tale
3. Pick up your feelings
4. Ari’s tale
5. Put it down
6. On it (Feat. Ari Lennox)
7. Donna’s tale
8. Pricetags (Feat. Anderson.Paak)
9. Rashida’s tale
10. Lost one
11. Precious’ tale
12. The other side
13. Amanda’s tale
14. Girl like me (Feat.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