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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팝(Iggy Pop) ‘Every Loser’ (2022)

★★★☆
뻔한 거장의 타이틀을 거부했다.

평가: 3.5/5

그러고 보면 이기 팝의 옆엔 늘 조력자가 있었다. 무대 위 광기와 달리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옆에서 다독여줄 사람이 필요했다. 펑크의 원조 격인 스투지스의 걸작 < Raw Power >(1973)과 약물 문제를 딛고 다시 일어난 솔로 데뷔작 < The Idiot >(1977) 와 ‘The passenger’를 수록한 < Lust For Life >(1978)에서 ‘의인’ 데이비드 보위와 협업했다. 스투지스의 동료였던 기타리스트 제이슨 윌리엄슨과 후기 수작 < Post Pop Depression >(2016)을 프로듀스한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조쉬 하미가 인복의 사례다.

외형적 이미지에 기반해 거친 펑크(Punk) 일변도일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기 팝은 실험적인 디스코그래피를 꾸려왔다. 아트 펑크 < The Idiot >과 블론디 멤버 크리스 스타인이 제작한 1982년 작 < Zombie Birdhouse >가 그 증거물. 재즈 풍 < Apres >(2012)와 아방가르드 록 < Free >(2019)와 달리 신작 < Every Loser >는 근작 중 가장 명확하고 대중 친화적이다. 앨범의 도입부 격인 ‘Frenzy’와 ‘Strung out Johnny’부터 ‘잘 들리는’ 록을 지향했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New Atlantis’와 ‘Morning show’로 세기 조절도 확보했다.

중심엔 32세의 젊은 프로듀서 앤드류 와트가 있다. 5 세컨즈 오브 썸머와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동세대 팝 록과 더불어 오지 오스본의 < Patient Number 9 >(2022)과 에디 베더의 < Earthling >(2022)를 제작한 와트는 과거 록과 현대 팝을 겸비했다. 이기 팝이 1993년 작 < American Caesar >를 통해 이미 시도한 바 있는 하드 록, 그런지에 대중적 색채를 덧칠했고 생생한 사운드 질감으로 소구력을 높였다.

록계의 마당발답게 드림팀을 꾸렸다. 전(前)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기타리스트 조쉬 클링호퍼가 기타와 건반을 두루 연주하며 와트와 함께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건스 앤 로지스의 베이시스트 더프 맥케이건과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드러머 채드 스미스의 리듬 섹션은 ‘Modern day ripoff’으로 1980년대 하드록을 소환했고, 팝 펑크의 대들보 트래비스 바커가 참여한 ‘Neo punk’는 MZ 로커들에 뒤지지 않는 아드레날린이다. 오지 오스본의 < Patient Number 9 >과 에디 베더의 < Earthling >과 연주자 명단이 겹친다는 점에서 앤드류 와트의 섭외력을 감지한다.

스투지스의 프로토 펑크 고전 ‘I wanna be your dog’과 영화 < 트레인스포팅 >(1996)에 삽입되었던 ‘Lust for life’ 처럼 이기 팝의 음악엔 젊음이 흐른다. < Apres >(2012)와 < Free >(2019)의 진중함 너머 직선적 에너지를 그리워했던 팬들에게 < Every Loser >는 선물로 다가온다. 칠십오 세 이기 팝은 연로하지 않았다.

-수록곡-
1.Frenzy
2.Strung out Johnny
3.New atlantis
4.Modern day ripoff
5.Morning show
6.The news for Andy (interlude)
7.Neo punk
8.All the way down
9.Comments
10.My animus (interlude)
11.The reg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