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인디 록의 슈퍼 루키에서 본격적인 도약을 꿈꾸는 작품이다. 2020년 데뷔한 해서웨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새롭게 주목받는 이름으로 등극했다. 세 장의 EP와 싱글 ‘항해박명’, 작년 보수동쿨러와 함께한 < Love Sand >를 발표하며 차근차근 기대주 루트를 따른 팀은 첫 번째 정규 앨범 < Essential >로 본격 박차를 가한다. ‘본질적인’이라는 제목처럼 지금까지 사랑받았던 이유를 종합하는 작품이다.
촉촉하지만 눅눅하지 않은 보컬, 시원하지만 인간적인 따스함을 간직한 기타 톤 등 중간 지대를 능숙하게 조율하고 있다. 기존 발표한 곡에서는 기타리스트 강키위와 베이시스트 이특민이 번갈아 가며 보컬을 맡은 구성이 대부분이었다면, 신보에서는 첫 트랙 ‘Eclipse’부터 주고받는 둘의 하모니를 보다 부각한다. 볼륨을 높이지 않은 최세요의 드럼은 여러모로 절충적이고 포용적인 앨범의 색채에 방점을 찍는다.
나른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했던 첫 세 트랙 이후 중반부는 조금 역동성을 더한다. ‘샛별’의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귀여운 박수 소리, ‘비밀’과 ‘바람’의 기타 솔로 파트 등은 자칫 지루함을 낳을 수 있는 분위기 중심의 구성을 깨고 집중도를 높인다. 밴드 구성원을 넘어 공연장, 그리고 그 너머에서 음악을 함께할 관객과의 화합을 꿈꾸게 만든다.
어렵지 않은 표현 위주로 채운 가사처럼 앨범은 전체적으로 친절하다. 보컬 멜로디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몇몇 트랙의 기타 연주에서는 이렇듯 수줍은 배려가 느껴지나 동시에 단조로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첫 트랙 ‘Eclipse’의 페이드아웃 마무리도 다소 황급한 탓에 러닝타임을 의식했나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뒤에서 착실히 밀어주는 손길도 좋지만, 나란히 걸어가며 생생한 숨결 또한 함께하고 싶다.
친근한 차림새로 선 세 멤버를 담은 커버처럼 앨범에는 사랑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바다 내음을 품은 여름 인디 록의 전형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 ‘본질’에 집중한 태도가 밴드의 미덕인 ‘조화’를 드러낸다. 결국 좋은 음악은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부산의 융성에 적어도 음악에서는 서울공화국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수록곡-
1. Eclipse
2. 파도
3. 1392010
4. 샛별
5. 비밀
6. 바람
7. Apollo
8. 섬
9.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