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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로 ‘이상비행'(2023)

★★★
오른손의 검, 왼손의 총이 임무를 적절히 완수한다.

평가: 3/5

데뷔곡 ‘입춘’은 과연 압도적이었다. 앨범 단위 작업물 하나 없는, 한로로라는 생경한 이름을 단숨에 국내 록 최고의 기대주 자리에 올려놓았으니 말이다. 뒤이어 이 젊은 싱어송라이터는 ‘거울’, ‘비틀비틀 짝짜꿍’ 등의 매력적인 후속 싱글로 등장의 임팩트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하기도 하며, 스스로의 수식어를 ‘주목할 만한’에서 ‘주목해야 할’로 발전시켰다.

자연스럽게 집약된 소망을 동반한 한로로의 첫 EP < 이상비행 >은 기존의 성공적인 작법을 반복하며 내어진 자리를 더 단단히 다지려는 의향을 드러낸다. 독특하고 호소력 강한 보컬과 문학성 짙은 가사가 돋보이는 구성은 여전하고, 소리에 있어서도 기존의 서정적인 모던 록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그 영역 중에서도, 더 뚜렷하게 다가오는 쪽은 ‘해초’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전진성과 함께 보컬에서의 색다름이 강조되는 경우다. 흔히 자우림의 김윤아와 비교될 만큼 독특하면서도 아마추어리즘의 애수가 담긴 한로로의 음색은 전에도 그랬듯 연주의 위력, 가사의 전달력과 만날 때 비로소 날카로움을 발휘하며 그 위용을 드러낸다. 특히 밝은 성향을 첨가한 ‘금붕어’나 ‘이상비행’의 후반부, 기존 문법을 완벽하게 이어가는 ‘자처’ 등에서의 훌륭한 퍼포먼스는 단연 해당 작법에 대한 흐트러짐 없는 숙련도의 결과다.

주무기인 보컬의 호소력 못지않게, 보조 무기인 가사의 문학성 역시 제 위력을 발휘한다. 일상과 자연의 소재와 내면의 감정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공감각과 비유가 돋보이는 한로로의 수사는 이번에도 따뜻한 감성과 함께 청자에 긴밀하게 접근한다. 그중 작품 전반에 스며든 ‘물’에 관련된 수사는 탄탄하면서도 산뜻하다. 어항과 바다, 하늘의 관계를 동화적으로 표현한 타이틀 ‘물고기’와 유연한 감정 이입을 보여주는 ‘해초’를 비롯, 눈물, 빗물 등 다양한 ‘물’의 속성은 작품이 발매된 늦여름의 분위기와도 입을 맞추며 작품의 설득력을 강화한다.

오른손의 검, 왼손의 총이 임무를 적절히 완수한다. ‘입춘’의 강한 임팩트, 이어진 기대에 비해 특출난 지점은 없지만 < 이상비행 >은 빠짐없이 드러나는 특장점과, 부족함 없는 완성도로 한로로라는 이름을 ‘주목해야 할’ 근거를 강화한다. 동시에 조금 느슨한 매듭이 몇몇 도전 과제를 다음 기회로 넘기며 스스로를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로 남게 하지만 말이다.

-수록곡-
1. 이상비행
2. 해초
3. 화해
4. 금붕어
5. 자처

6. 사랑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