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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트 펑크(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2013)

★★★★
수작(秀作)이자 수작(手作)이다.

평가: 4/5

안드로이드 페르소나를 입은 다프트 펑크는 8년만의 정규 음반 < Random Access Memories >로 더 이상 인간미를 엄폐하지 않으며 일렉트로닉의 건조함에서 벗어난 생동적인 사운드를 통해 헬멧에 가려진 온기를 발산한다. 인간과 로봇을 정반합 한 이 듀오는 여전히 댄서블하고 전자적이지만 음악을 둘러싼 대기(大氣)는 보다 유하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주류를 독식한 현 시점을 역으로 이용했다. 무명 시절, 밴드 달링으로 음악계에 걸음마 뗀 시점을 회상하며 음악적인 영감을 재구성한다. 당시 롤링 스톤스와 비치 보이스, 스투지스를 동경하며 커버 곡으로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처럼 이번 음반은 과거에 대한 숨김없는 헌사다.

첫 싱글 ‘Get lucky’부터 디스코 고전 ‘Le Freak’의 밴드인 쉭의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와 함께하며 정규 4집의 과녁을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음악에 놓았다. 디스코의 여왕 도나 서머와 파트너를 이뤘던 작곡가 조르지오 모르도의 ‘Giorgio by moroder’ 참여가 이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이곳엔 35년 전의 댄스 음악을 개척한 뮌헨 사운드의 탄생이 단편적으로 녹아있다.

디스코의 그루브를 대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다프트 펑크에게 정체성의 희생을 내포한다. 자유로운 흥이 장르의 생명력이기에 단순히 MR로 펑키 리듬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 이 모험은 2010년 영화 < Tron : Legacy > 사운드 트랙을 작업한 경험으로 과감하게 실행됐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음악에 대입하고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했던 내적 자산이 스튜디오에서의 자족을 탈피시켰다. 그간의 음반과는 다르게 세션 뮤지션을 모집하고 라이브 연주를 녹음했으며 일렉트로닉 악기를 최소화했다. 음성 이펙터인 보코더의 사용 정도가 그들의 기계적인 이미지를 연장시킬 뿐 샘플링은 ‘Contact’ 단 한곡에서, 드럼 머신은 ‘Motherboard’와 ‘Doin’ it right’에서만 등장한다.

이른바 다프트 펑크와 그의 백밴드는 전자 악기의 직감적인 반응을 줄이고 활발한 세션작업으로 음향에 층을 쌓았다. 반복과 직선 대신 윤활과 곡선을 택한 이 방법은 1970, 1980년대 음악에 대한 헌정을 구현도 높게 발현시킨다. 나일 로저스의 펑키(Funky)한 기타가 돋보인 ‘Give life back to music’과 퍼렐 윌리엄스와의 두 번째 싱글 ‘Lose yourself to dance’는 댄서블한 디스코 넘버이며 토드 에드워드가 노래한 ‘Fragments of time’은 알엔비 리듬과 팝 록 사운드를 통해 블루 아이드 소울 듀오 홀 앤 오츠를 연상시킨다. 또한 뮤지컬 음악을 작곡한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폴 윌리엄스와 함께 한 ‘Touch’는 아트록의 변곡 작법을 차용하고 ‘Instant crush’는 신시사이저와 록이 결합한 뉴웨이브 스타일까지 덧입었다.

다프트 펑크는 이렇게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과 그 개인적인 추억을 임의적으로 배치했다. 결국 컴퓨터 주기억장치 RAM의 복수형인 타이틀 < Random Access Memories >는 음악적 세례를 보관하는 기억의 저장고인 것이다. 여기에 다프트 펑크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인간적인 이번 음반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사람의 뇌와도 평행선을 달린다.

이번 음반은 라디오 헤드의 완벽한 기계화를 알린 < Kid A >와 대척하는 변곡점에 서있어 기존 팬들에게 거리감을 준다. 다프트 펑크의 맨 얼굴이 담긴 사진이 희소하듯 완전한 인공지능 로봇이었던 그들의 의상이 스토리텔링의 몰입도를 더해주는 글램 록의 변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 Random Access Memories >는 변화의 축적이 낳은 소산물이기에 완성도와 안정감이 있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 수작(秀作)이자 수작(手作)이다.

-수록곡-
1. Give life back to music 
2. The game of love
3. Giorgio by moroder 
4. Within
5. Instant crush (Feat. Julian Cassablancas) 
6. Lose yourself to dance (Feat. Pharrell Williams)
7. Touch (Feat. Paul Williams) 
8.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 
9. Beyond
10. Motherboard
11. Fragments of time (Feat. Todd Edwards) 
12. Doin’ it right (Feat. Panda Bear)
13.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