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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Day6) ‘Sunrise'(2017)

★★★★
멤버들의 노력과 재능, 클럽공연을 위주로 차근차근 성장시켜 온 소속사의 기획력이 적절하게 맞물려 탄생한 수작이다.

평가: 4/5

‘아이돌 밴드’를 재정의하다.

아이돌 신에 록을 들고 나온 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콘셉트 그 이상의 느낌을 준 팀은 많지 않았다. 곡의 보조를 자처하는 무난함 일색의 연주, 라이브가 배제된 음방 및 행사 중심의 프로모션. 악기는 콘셉트를 치장하기 위한 액세서리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었다. < I Will >(2015) 이후의 에프티 아일랜드 정도가 의미있는 행보를 걷고 있으나, 이전까지의 아이돌 밴드는 산업의 특성과 맞물려 주체성을 상실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그들의 첫 정규작은, 아이돌 사 속 밴드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이돌로서의 스타성을 유지하면서도 밴드로서의 정체성도 꽉 쥐고 있는, 산업과 음악의 균형이라는 과제를 적확히 구현해내고 있기에 그렇다. 특별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닌, 자신들의 음악으로 록을 택했다는 느낌이 러닝타임 전반에 흐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개 프론트맨과 가창에 집중되기 쉬운 경향과 달리, 각 멤버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연주와 노래가 대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결과물들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이 록 그 자체다. 물론 여기엔 장르특화에 강점을 보이는 JYP의 프로듀싱도 한 몫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주의 존재감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것은 멤버 모두가 노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원 보컬 + 연주 멤버’와의 패턴과는 다른, 함께 연주하고 함께 노래하기에 가능한 수많은 가짓수의 스펙트럼이 앨범 전반에 걸쳐 있다. 곡의 무드에 따라 리드보컬을 다르게 가져가는 전략은 곡의 몰입도를 배가시키기에 안성맞춤.

여기에 멤버들의 송라이팅 역량도 수준급이다. 기획사의 주축 작곡가 홍지상과 이우민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전 곡에 걸쳐 캐치한 선율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중가요”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일터. 매월 두 곡씩 6개월간 쌓아온 곡들을 모아서 낸 만큼, 하나하나의 만듦새가 훌륭해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을 잃지 않는 좋은 흐름을 보여준다.

슬로우와 업템포의 이분법이 무색한 다채로운 구성은 14곡이라는 큰 볼륨을 지탱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어떻게 말해’에서는 상승하는 리프와 코러스를 겹쳐 드라이브감을 극대화하는가 하면, 신시사이저와 팜뮤트피킹으로 서두의 긴장감을 자아낸 후 코러스에 이은 기타의 디스토션으로 애절함을 배가하는 ‘놓아 놓아 놓아’같은 곡도 있다.

서두의 잘개 쪼갠 리듬, 기타의 아르페지오의 조화로 계절감을 적절히 표현하는 ‘겨울이 간다’, 키보드의 다층적인 활용과 로우탐 중심의 드러밍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묘사하는 듯한 ‘Say wow’, 안정적인 연주 안에서 호소력 짙은 보컬로 듣는 이들을 단숨에 끌어올만한 매력적인 멜로디가 담긴 발라드 ‘예뻤어’ 등 랜덤으로 재생해도 귀를 사로잡을 노래들이 산재해 있다. 연주나 보컬에 있어 과장이 없다는 점 또한 쉽게 질리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접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본다고 해도, 풀렝스로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작품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노래와 연주, 송라이팅의 측면에서 느껴지는 멤버들의 노력과 재능, 클럽공연을 위주로 차근차근 성장시켜 온 소속사의 기획력이 적절하게 맞물려 탄생한 수작이다. 크로스오버가 대세인 작금의 록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지언즉, 우직하게 자신들의 연주와 노래만으로 밀고나가는 이 정공법은 록으로서의 정체성으로도, 팝으로서의 친숙함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록이란게 뭐 대단하고 거창한게 아니라, 연주와 노래에 주체성이 투영된다면 그걸로 오케이다. 다만 ‘기획된 아이돌’이 이 정도까지 그것을 해내고 있다는 점, 그 사실만큼은 분명 놀랍다. 정말 간만에 대중음악 신에서 3대 기획사의 순기능을 목격하는 순간이다. 영국엔 맥플라이, 호주의 5SOS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데이식스라는 보이밴드가 있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 수록곡 –
1. 오늘은 내게
2. 반드시 웃는다
3. Man in a movie 
4. 아 왜(I wait)
5. 어떻게 말해 
6. 놓아 놓아 놓아(Rebooted Ver.) 
7. 그럴 텐데
8. 겨울이 간다 
9. 장난 아닌데
10. Say wow 
11. Dance dance
12. My day
13. 예뻤어 
14. Congratulations(Final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