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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이(CJ) ‘ Loyalty Over Royalty’ (2021)

★☆
이곳저곳에서 짜깁기한 SNS 맞춤형 유행가가 아닌 CJ 본인의 것이 있어야 한다.

평가: 1.5/5

2021년 상반기, 또 한 명의 ‘틱톡’ 수혜자가 등장했다. 드릴 음악(Drill music)의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한 래퍼 CJ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여름에 발매한 ‘Whoopty’의 선풍적인 인기가 틱톡 댄스 챌린지로 이어지고 빌보드 싱글차트 10위에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사운드 클라우드와 유튜브에 간간히 녹음을 업로드하던 홈메이드 래퍼가 이제는 프렌치 몬타나(French Montana)와의 협업을 이뤘고 카디 비의 SNS에 언급되기에 이르렀다. 

그를 수혜자라고 칭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Whoopty’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보면 음악성보다 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I swear I’m addicted to blue cheese(내가 돈에 중독되었다는 걸 맹세하지)’라는 가사 중 돈을 블루 치즈에 비유한 것이 소소한 유행어가 되어 이목을 끌었다. 이를 제외하면 ‘Whoopty’에는 CJ가 없다. 이미 많은 이들이 샘플링한 ‘Sanam re’ 비트를 차용했으나, 멜로디를 더 강조했다는 것 말고는 그만의 특장점이 부재한다. 듣자마자 단박에 읊을 수 있는 훅은 팝 스모크를 닮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EP에서 가장 들을 만한 곡도 ‘Whoopty’라는 점이다. 2분을 채 넘기지 않는 대다수의 곡은 캐치함과 ‘플렉스’에만 치중한다. 첫 번째 트랙인 ‘Politics’의 공격적이며 묵직한 사운드와 여성을 하대하는 진부한 가사가 앨범의 기조를 정하는데 자극적인 언어만 잔상에 남을 뿐, 그 이상은 없다. 프렌치 몬타나와 함께한 ‘I’m lit’은 이렇다 할 것 없이 스쳐 지나간다. ‘Goin’ up’과 같이 멜로딕한 트랩 장르와 상반되게 거친 래핑을 내뱉는 방식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만이 만족스러운 구간이다.

틱톡이 만들어낸 스타는 양날의 검을 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인에게는 등용문 역할이며 바이럴 마케팅에 최적화된 공간이지만 썰물 빠지듯 삽시간에 주인공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일례로 2019년을 뒤흔든 릴 나스 엑스가 있겠다). 음악이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CJ의 출현이 힙합 드릴 씬의 활성화나 출신 지역으로 관심이 이어지는 지점에 달성했다 하더라도 치기 어린 에너지만 넘친다. 정치적 견해나 진중함을 설파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짜깁기한 SNS 맞춤형 유행가가 아닌  CJ  본인의 것이 있어야 한다. 

-수록곡-
1. Politics
2. Set
3. ‘Bop’
4. Whoopty
5. I’m lit (Feat. French Montana)
6. Goin’ up 
7. Real one
8. Outro (Bless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