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채로운 듯 보이나 무색무취하다. 데뷔 후 2년이 지난 체리블렛을 요약하는 말이다. 수많은 걸그룹 시장 속 그들의 위치는 불안정하다. 상반되는 이미지로 두 가지의 매력을 담고 있다는 콘셉트는 레드벨벳과 블랙핑크의 지분이 압도적이며, 톡톡 튀는 달콤한 사랑 노래도 모호한 퍼포먼스도 여타 걸 그룹들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하다.
첫 번째 미니앨범 < Cherry Rush >도 고질적인 기조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레트로 신스팝 곡 ‘Love so sweet’ 는 복고 열풍에 편승하고자 할 뿐, 오히려 독자적인 매력을 퇴색시킨다. 변주되는 리듬이 곡의 생명력을 불어넣다 가도 익숙한 후렴구만이 귀에 남는다. 그 후렴구마저도 소소하게 주목받은 계기가 그룹이나 곡에 대한 매력보다 패티김의 ‘그대 없이는 못살아’와의 유사함이라는 점에서 매력도 떨어진다. 1990년대의 향수를 부르는 따뜻한 신시사이저가 곡을 감싸는 ‘종소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풋풋함의 전달은 유효했지만 설렘의 감정을 종소리로 비유한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캐치한 라인을 앞세워 보컬을 안정적으로 쌓아 올린 ‘라팜파’와 일렉트로닉 댄스 기반의 강한 비트 위 당찬 에너지를 표출한 곡 ‘폼 나게’로 이어지는 무난한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는 가사다. ‘Cool 내 눈에 들어와, yeah It’s true 첨이야 넌 딱 맞는 boy’처럼 운율을 위해 영어 단어를 억지로 투여한 인상이 짙은 가사들은 촌스럽게 다가온다. ‘폼 나게 첫눈에 엣지 있게, 폼 나게 슈퍼스타도 저리 가’는 시대적 상황과 트렌드에 도태되어 거부감만 들뿐. 십수 년 전에 머물러있는 작법은 명백한 패착이다.
아티스트의 기획과 브랜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소속사의 안일한 전략은 방치에 가깝다. < Cherry Rush > 속 러블리, 에너제틱의 팀 컬러 이외에 멤버들의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멤버들의 아직 발산하지 못한 매력에 한 줄기 희망이 있다.
– 수록곡 –
1. Love so sweet
2. 라팜파 (Follow me)
3. 폼 나게 (Keep your head up)
4. 멋대로 해 (Whatever)
5. 종소리 (Ting-a-ring-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