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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1972)

자극을 원하는 70년대의 자극적 록의 상징…글리터록

자극을 원하는 70년대의 자극적 록의 상징…글리터록

70년대 초반 미국의 사회분위기는 60년대의 그것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회변혁의 ‘미몽’에서 깨어난 대학생들은 시위 전선에서 물러나 더 이상 사회에 고함지르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고 보수주의자 닉슨이 민주 진영의 열망에 반하여 72년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지쳐버린 젊은이들은 극도로 실망한 채 학교로,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60년대 반전 및 인권운동의 기류는 사그라들고 개인주의 시대의 문이 열렸다. 마침 경제가 호황국면을 맞이하자 사람들은 안락과 소비중심의 생활패턴에 빠져들었고, 젊은 세대는 마약과 섹스에 탐닉했다. ‘자기로 좁혀진 세계’에 살게된 사람들은 자신에게 충격을 줄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머리 좋은 영국가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이런 시대특성을 간파하여 자극을 바라는 수요자들에게 자극적인 음악과 무대를 공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글리터 록이이요 글램 록이었다(앞의 T 렉스편 참조). 그에게 통산 다섯 번째가 되는 이 음반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이 잉태시킨 글램 록의 결정판이었다.

그는 자극을 원하는 세대를 위해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매우 쇼킹한 이미지의 가상 인물을 창조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빈스 테일러라는 무명가수의 이야기에 기초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로서 다름 아닌 보위 자신이었다. 믹 론슨(기타), 트레버 볼더(베이스), 믹 우드먼세이(드럼)로 구성된 밴드의 명칭도 지기 이미지에 맞춰 ‘화성에서 온 거미들'( Spiders from Mars)로 붙였다.

지기는 방탕하고 스타덤에 굶주렸으며 양성적인 이미지였다. 그는 자신을 지기에 맞추어 외계인 의상,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머리, 붉게 칠한 입술, 곤충처럼 그린 아이섀도우 등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무대에 섰다.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지금 충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극단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이미지 창조에 집착한 그는 심지어 72년 초 『멜로디 메이커』지와의 인터뷰에서 “난 현재 게이이며 전부터 게이였다”라고 했다.

음반도 지기를 중심으로 각 노래를 이와 연관시켜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를테면 이 앨범도 당시 크게 유행한 ‘컨셉트 앨범’ 가운데 하나였다.

‘로큰롤 자살'(Rock’n roll suicide)과 ‘5년'(Five years)은 지기의 운명을 다루었으며 ‘별사람'(Starman), ‘달시대의 백일몽'(Moonage daydream) 등은 지기의 공상과학적 이미지를 살린 노래이다. 데이비드 보위가 공상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의한 우주시대 도래의 영향이 컸다. 지기의 양성적 컬러는 ‘여성 참정도시'(Suffragette city)와 ‘여성 스타더스트'(Lady stardust)에 나타난다.

글리터 록이라고는 하지만 번쩍이는 화려한 의상과 야한 화장 등 분위기가 그럴 뿐이지 실제 음악은 전형적인 로큰롤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제프 벡의 영향을 받은 믹 론슨(Mick Ronson)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기타연주에 전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믹 론슨은 스트링(絃) 편곡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사운드로 볼 때 <지기 스타더스트와 화성에서 온 거미들>은 전형적인 ‘기타 록’ 앨범이다.

보위는 당시 영국 순회공연을 통해 지기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그러나 그것이 팬들의 과열반응을 유발하면서 비난을 받게 되자, 73년 7월 지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모습을 바꾸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기 콘서트를 관람한 청소년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이후였다. 그들은 후에 지기의 쇼킹한 이미지를 되살린 펑크 록을 창조했다. 분노한 펑크 록의 젊은이들은 지기의 외적 충격은 수용했으나 그의 메시지는 결코 배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