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얌전하던 포크 청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여자 드레스를 입은 곱상한 외모의 남자가 요염하게 누워있었으니. 이미지의 충격을 살피고자 했던 데이비드 보위의 실험은 호의보다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대의에 굴복해 커버는 교체할 수밖에 없었지만, 근사한 음악 탈바꿈은 데이비드 보위가 향후 보여줄 수많은 변신의 시작이었다.
비주얼 쇼크가 다가 아니었다. 프로그레시브 스타일의 어쿠스틱 기타의 자리는 헤비한 일렉트릭 기타가 대신 채웠다. 한층 더 공격적인 사운드는 동시대의 레드 제플린이나 블랙 사바스 정도가 구사하던 헤비메탈의 원형이었다. 데이비드 보위 밴드에 막 가입한 멤버 믹 우드맨지의 단단한 드러밍 위에 믹 론슨의 기타 리프는 날카롭게 날을 세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Width a circle’의 전주에서부터 누가 들어도 확실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후 8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 속에서 블루스적 코드 진행,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기타 솔로 등 팔색조의 매력이 꿈틀댄다. ‘Black country rock’의 깊게 각인되는 기타 리프와 헤비 블루스 스타일 연주를 작렬하는 ‘Saviour machine’, 강렬한 헤비메탈 ‘She shook me cold’ 등, 파워를 원하는 이들이 대번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트랙으로 가득하다.
헤비니스의 향연 속에서 빛나는 보석 같은 곡들도 놓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데이비드 보위가 원작자임을 모르는 ‘The man who sold the world’는 한 획을 그은 명곡. 너바나의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로 영생을 얻은 이 곡은 동양풍의 쓸쓸한 기타 연주로부터 출발하는 섬뜩한 도플갱어의 이야기다. 오컬트와 성도착증, 동성애에 심취해있던 데이비드 보위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투영한, 명실상부한 변신의 상징이다.
짙은 환각의 벽을 둘러치는 ‘Superman’의 거친 기타 사운드, 나지막이 읊조리는 ‘After all’의 몽환은 전작의 사이키델리아적 성향 또한 보위가 계승하였음을 상징한다. 단순한 변절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될 것이라’던 인터뷰처럼, 데이비드 보위는 1960년대의 포크, 블루스,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를 모조리 흡수하여 무시무시한 ‘음악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이미지는 그가 세상에 날리는 선전포고와 같았다. 너희가 나를 모른다면, 내가 너희를 알게 하리라.
애석하게도 이런 자신만만함 또한 대중에게 각인되지 못하고 사라져 갔지만 그 운신의 폭을 알아챈 이들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 도래했음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숨겨진 명반 < The Man Who Sold The World >까지를 끝으로 데이비드 보위는 숨겨지기를 그만두었다. 1970년대, 보위의 시대가 왔다.
-수록곡 –
- Width of a circle
- All the madmen
- Black country rock
- After all
- Running gun blues
- Saviour machine
- She shook me cold
- The man who sold the world
- The sup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