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 베리와 리틀 리차드 같은 로큰롤의 창립자들은 불가피하게 엘비스 프레슬리의 조연에 머물렀고 펑크(Funk) 록을 구사했던 피쉬본과 ‘Cult of personality’ 같은 히트곡을 발표했던 리빙 컬러는 무게감이 덜했다. 피부색을 따지는 건 구태의연하지만 흑인 프론트맨은 여전히 낯설고 리드 보컬이자 구심점 켈리 오케릭을 제한 멤버 전원이 백인인 밴드 블록 파티가 독특한 이유다. ‘동네잔치’라는 뜻의 Block party에서 따온 듯한 밴드명은 조화와 화합을 암시한다.
평단의 찬사를 받은 2005년 데뷔 앨범 < Silent Alarm >과 빌보드 앨범차트 12위까지 올라 미국 시장에도 얼굴을 내민 2집 < A Weekend In The City >가 전성기였다. 해피 먼데이스, 샬라탄스의 매드체스터 사운드와 픽시스, 소닉 유스의 펑크 록의 자양분을 담은 1집 수록곡 ‘Helicopter’와 ‘Banquet’는 블록 파티 음악의 정수. 6년 만의 신보 < Alpha Games >는 1집의 에너지에 연륜을 더한 사운드로 휴지기가 무색하다.
아트 펑크와 댄스 록을 뒤섞는 실험성의 중심엔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러셀 리색이 있다. 장기인 이펙트 페달로 ‘Traps’의 사이키델릭한 기타 톤을 주조했고 희망찬 분위기의 ‘Of things yet to come’에서는 물 흐르듯 부드러운 피킹으로 테크니션의 면모를 보였다. 독특한 변박의 ‘In situ’는 1970~80년대의 포스트 펑크를 소환했으며 오켈리의 저음 보컬이 돋보이는 ‘The peace offering’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전위성을 도입했다.
다채로운 스타일에 반해 상대적으로 선율의 힘은 약하고, 간혹 부자연스러운 악곡 전개도 드러난다. 명쾌한 댄스 록으로 몸을 들썩이게 했던 1집과 비교되고 그간 쌓은 음악적 자의식이 일부분 역효과로 드러났지만 ‘If we get caught’와 ‘You should know the truth’는 풍부한 코러스로 대중성을 담보했다.
새롭게 참여한 여성 드러머 루이즈 바틀의 역할이 돋보인다. 크레디트에 표기되지 않았으나 이미 전작에서 < Hymns >에서 보컬을 제공한 바 있는 그녀는 셀레나 고메즈, 영국 알앤비 가수 테리 워커와 협업한 바 있다. 신보에서도 배킹 보컬과 수려한 드러밍으로 활력을 불어넣었고 속도감 넘치는 ‘Callum snake’가 하이햇 사운드가 매력적인 ‘Rough justice’로 이어진다.
현시점에서 블록 파티가 유행을 선도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아직도 이들은 특별하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사운드스케이프와 흑과 백의 만남, 뛰어난 여성 드러머의 가담까지. 펑크(Funk)가 아닌 포스트 펑크(Punk)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블록 파티는 루퍼스, 타워 오브 파워 같은 밴드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수록곡-
1. Day drinker
2. Traps
3. You should know the truth
4. Callum is a snake
5. Rough justice
6. The girls are fighting
7. Of things yet to come
8. Sex magik
9. By any means necessary
10. In situ
11. If we get caught
12. The peace offe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