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버디는 본 이베어의 ‘Skinny love’와 제임스 테일러의 ‘Fire and rain’ 같은 곡들을 포근한 포크의 색채로 커버한 셀프타이틀 데뷔앨범 < Birdy >로 데뷔했다. 당시 15살이었던 그는 정규 2집 < Fire Within >부터 작사, 작곡의 비중을 높이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실연과 창작의 슬럼프로 3번째 앨범 < Beautiful Lies > 이후 5년의 휴지기를 가졌다. 긴 휴식의 시간을 거쳐 나온 < Young Heart >는 그간의 감정을 음악에 녹여냈다는 자신의 말처럼 감정적으로 가장 충실한 앨범이다.
버디는 십여 년간 축적된 예술가라는 자의식 이전의 재스민 반 덴 보가드(버디의 본명)로 돌아가 내면을 들여다본다. 상처를 들춰내는 작업은 쓰라리지만 성장의 통과의례며 음악의 자양분으로 돌아온다. 내면의 투사, 안을 향하는 이미지는 앨범에도 이어져 파티의 법석이 아닌 기타를 들고 방에 들어가는 젊은이가 떠오르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 소리가 주를 이루지만 대상의 부재를 괴로워하는 ‘Nobody knows me like you do’와 ’Deepest lonely’에서처럼 노랫말 전반엔 아픔이 배어 있다.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가 사운드의 중심을 잡아주지만 화음 쌓기와 현악 세션으로 담백한 포크 곡들에 고유성을 부여하며 겹을 쌓은 오버 더빙으로 신비로움을 조성하는 ‘Celestial platters’나 현악기의 역동성이 코드 진행에 힘을 싣는 ‘The other side’가 대표적이다. 두터워진 음색은 소녀 버디에 작별을 고하고 점잖은 곡에선 조니 미첼을, ‘Second hand news’처럼 강단 있는 곡에선 ‘The joke’로 2018년을 강타한 브랜디 칼라일을 소환한다. 또한 앨범 제작 시기에 위로를 받았다고 언급한 소울과 블루스의 명인인 니나 시몬과 에타 제임스에게선 굴곡진 삶을 음악에 녹여내는 태도적인 측면까지도 수용하는 깊이를 보여준다.
시련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예술가를 잔인하게 파고들지만 때론 예술로 승화된 아픔이 대중의 마음에 가닿아 울림을 준다. “작품에 자아를 반영한다.”는 예술의 원론에 귀의한 버디는 기타를 잡고 그가 느낀 아픔을 악보에 고스란히 받아 적는다. 자신을 ‘어린 마음(Young heart)’이라 일컬으며 치기어린 과거를 마주하는 건 성숙의 시작을 의미하며 ‘너는 나의 빛이고 나는 너무 외로워. 하지만 가야 한다는 걸 알아’라는 구절은 어둠을 걷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돋움이다. 그렇게 < Young Heart >는 갈림길에 서 있던 젊은 음악가의 의지와 선택을 오롯이 담아낸다.
– 수록곡 –
1. The witching hour – intro
2. Voyager
3. Loneliness
4. The otherside
5. Surrender
6. Nobody knows me like you do
7. River song
8. Second hand news
9. Deepest lonely
10. Lighthouse
11. Chopin waltz in a minor (interlude)
12. Evergreen
13. Little blue
14. Celestial dancers
15. New moon
16. Young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