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베이비 드라이버(Big Baby Driver) ‘사랑'(2020)

올 봄, 봄의 싱그러움과 나른함을 담은 빅 베이비 드라이버의 정규 3집이 세상에 나왔다. 그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꾸린 밴드 ‘아톰북’으로 오랜 시간 활동하다 몇몇 프로젝트 그룹을 통해 조금 음악적 토양을 이동하는가 싶었던 그가 6년 만에 들고 나온 솔로 작이자 풀-랭스(Full-length) 음반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곡을 꾸리는 그답게 10개의 수록곡 곳곳에는 포크의 간결함이 묻어있다. 이 간결함 그러니까, 기타 줄의 건조한 음색이 비단 차가움으로 흐르지 않는 건 꼼꼼하게 쌓아 올린 빅 베이비 드라이버의 맑은 목소리 덕분이다. 깨끗한 마음으로 적어 내린 것만 같은 일상적이고 소담스러운 가사는 또 어떤가. 고루 제 역할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완수해내는 소리들이 묶여 여기 하나의 반짝이는 < 사랑 >집(輯)이 탄생했다.

음반은 가열하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끓어오른다. 왈츠를 반주하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만나 기묘한 분위기를 전하는 첫 곡 ‘사랑’은 장장 7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단정하게 털어놓는다. 밝고 장난스런 비유가 가득한 ‘내 마음은 밀림’은 “밀림은 열대에만 있지 않아요 / 내 마음이 바로 밀림”이라 노래하며 발랄한 고백을 하고 마찬가지로 재즈풍의 피아노가 뼈대를 세운 ‘둘이서 세 잔’ 역시 비슷한 감정을 토해낸다.

잔잔한 울림 속 음압을 높인 곡들도 자리한다. 과거 ‘빅 베이비 드라이버 트리오’로 밴드 구성의 곡을 써온 이력을 증명하듯 ‘내게 말해요’는 음반 내 가장 꽉 찬 사운드로 아기자기한 기타 팝의 매력을 풍긴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듣게 되는 퐁당퐁당 차오르는 기타 멜로디가 인상적인 ‘어둑어둑해진 말로’, 작게 흔들리는 숨소리까지 이야기로 품고 싶은 ‘고양의 봄(순이에게)’ 등 앨범에는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하게 움트는 곡들이 가득하다.

굳이 힘주어 집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마음을 파고들 일상의 온도를 품었다. 각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랑의 가장 맑은 색만을 모아 가사를 적고 포근한 사운드로만 채색해 오늘의 힐링 또한 가져온다. 대다수 곡이 5분을 웃(혹은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곡이 가진 메시지는 때로 여유와 함께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늘 듣던 빅 베이비 드라이버의 노래들과 같은 경계를 공유하지만 그 익숙함이 진부하지 않다. 자주 꺼내고 싶은 일기장 같은 음반이다.

-수록곡-
1. 사랑
2. 내 마음은 밀림
3. 고양의 봄(순이에게)
4. 둘이서 세 잔
5. 농담
6. 오직 그대만이 말할 수 있죠
7. 어둑어둑해진 말로
8. 열두 겹 이불 아래 완두콩(CD only)
9. 내게 말해요
10. 사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