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공명은 산 중달을 쫓아냈고 1982년의 토토(Toto)는 2019년의 위저를 살렸다. 인기 TV 시리즈 <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 사운드트랙으로 다시 인기를 얻은 ‘Africa’를 커버하면서 위저는 오랜만에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고 2018년 한 해 가장 많이 언급된 밴드 중 하나가 됐다. 2017년 무색무취 < Pacific Daydream >의 참패로 어두운 미래가 드리운 얼터너티브 노장을 1980년대 대중음악의 영웅이 구원한 셈이다.
위저는 기세를 몰아 단 하나의 오리지널 곡 없는 커버 앨범을 본인들의 12번째 정규작으로 삼았다. 팀을 구원한 토토를 필두로 티어스 포 피어스, 아하, 유리스믹스, 마이클 잭슨의 1980년대에 감사를 바침은 물론 블랙 사바스, 터틀스, ELO, 벤 이 킹(Ben E. King) 등의 올타임 베스트도 빼놓지 않는다.
아티스트들의 대표곡만을 골라 놓은 선곡표는 < Weezer (Teal Album) >의 목적이 젠체나 허세가 아닌 봉사와 헌사임을 밝힌다. 원곡을 소화하는 태도도 간결하다. 재해석은 아주 조금이고 오리지널을 보존하여 커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걸그룹 TLC의 ‘No scrubs’, 벤 이 킹의 ‘Stand by me’ 커버 정도가 직선적인 밴드의 터치로 새로울 뿐이다.
원래도 재해석에 일가견이 있던 팀답게 커버 수준은 좋다.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와 ‘Take on me’ 같은 뉴웨이브 트랙이 특히 그렇고 ‘Paranoid’ 같은 하드 록도 곧잘 소화한다. 동시에 밴드는 댄스 팝 ‘Billie jean’과 전자 음악 ‘Sweet dreams’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Africa’의 성공이 우연이 아닌 실력의 결과라는 걸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카피와 다름없기에 원곡을 듣는 편이 훨씬 좋다.
1994년 데뷔한 위저는 로큰롤의 전설 버디 홀리를 ‘남자답지 못한 남자’로 풍자하며 기성의 문법을 조롱하던 신세대 밴드였다. 그러나 2018년 ‘Africa’의 그들은 흘러간 옛 노래 커버로 인기를 유지했고 이듬해 흘러간 유행가를 소개하는 팝 큐레이터 격 앨범을 내놨다.
< Weezer (Teal Album) >은 영원히 젊은 감각으로 승부할 것만 같던 밴드가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했음을 넌지시 인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위저라서 낼 수 있는 앨범이지만 위저기에 내지 말아야 했던 앨범이다.
– 수록곡 –
1. Africa (Toto)
2.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Tears for Fears)
3.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Eurythmics)
4. Take on me (A-Ha)
5. Happy together (The Turtles)
6. Paranoid (Black Sabbath)
7. Mr. blue sky (Electric Light Orchestra)
8. No scrubs (TLC)
9. Billie jean (Michael Jackson)
10. Stand by me (Ben E. King)
*추천곡은 없다. 대신 오리지널 아티스트를 명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