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G(오방신과) ‘오방神과’(2020)

평가: 4/5

‘허송세월말어라’ 한 곡으로 모든 편견을 무장해제시킨다. 흥겨운 디스코 리듬에 ‘뽕필’ 나는 신스 멜로디와 신민요 ‘사발가’의 가락진 구성, 펑크(Funk) 비트에 펠라 쿠티(Fela Kuti)를 연상케 하는 아프로비트의 색소폰 솔로까지 더해진 노래는 꽉 차있으나 번잡하지 않고, 흥겨우나 가볍지 않다. 화려하고 독특한 복장의 경기 민요 전수자 이희문의 새 프로젝트 OBSG (오방신과)의 멋진 출사표다.

2017년 미국 NPR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에 밴드 씽씽으로 출연하여 화제를 모은 이희문은 팀 해체 이후 홍대 앞 클럽 공연과 ‘프로젝트 날’ 등 다양한 활동을 거쳐, 2015년 결성된 루츠 레게 팀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손을 잡았다. ‘허송세월말어라’ 이후 다수 수록곡들이 빠른 템포보다 느릿한 그루브의 레게 음악으로 주를 이루는 이유다. 토킹 헤즈(Talking Heads)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던 씽씽의 1980년대 뉴웨이브 지향과 분명한 차이를 둔다.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완숙하고도 탄탄한 연주는 두 소리꾼 추다혜와 신승태가 빠져나간 보컬 라인의 공백을 최소화한다. 언뜻 단조로워 보이나 고도의 숙련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끌어나갈 수 없는 바이브다. 여유로운 흐름 속 기승전결을 명확히 두는 ‘건드렁’과 ‘긴 난봉’, 훅 파트에서의 화려한 변주로 확실한 포인트를 짚는 ‘노래, 가락’과 강렬한 기타 연주의 ‘사설난봉’ 등 각 곡마다 확실한 개성이 살아있다. 

이는 지난해 또 다른 소리꾼 김율희와 함께한 < Version > 앨범과도 공통점이 있으나 < 오방神과 >를 독립적인 작품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이희문의 세속성이다. < Version >이 판소리의 한 부분을 현대 음악으로 옮긴 앨범인 데 반해 < 오방神과 >는 개화기 이후 창작된 신민요 가락이 주를 이룬다. 현대적인 ‘어랑브루지’와 ‘개소리말아라’, 대중에게 익숙한 ‘바람이 분다’ 등 오방신과의 음악은 국악의 범주를 강요하지 않는다. 일찍이 내려놓음의 미학을 깨친 ‘이단아’ 이희문다운 탁월한 선택이다.

‘조선 아이돌’ 놈놈, 허송세월 밴드와 함께하는 이희문은 고고한 예술인의 길 대신 거리의 악사와 광대를 자처한다. 사방팔방의 온 신들을 받아들여 민중의 번뇌를 씻겨 내리고, 남성의 몸으로 여성의 목소리와 의례를 품는 박수의 음악이 < 오방神과 >에 집약되어있다. ‘들을 음악이 없다’는 ‘허송세월’ 말고 이 음악을 들어야 한다.  

– 수록곡 –
1. 허송세월말어라  
2. 나리소사
3. 건드렁
4. 긴 난봉 
5. 나나나나
6. 노래, 가락 
7. 사설방아 
8. 어랑브루지 
9. 사설난봉
10. 타령
11. 개소리말아라  
12. 바람이 분다

게시자: 김도헌

IZM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