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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Eternal Atake’ (2020)

★★★☆
‘미래지향적’ 트랩의 연장선이다. 기저는 단발로 끊어 쏘는 전통적인 기관총 래핑, 그리고 키치한 아니메(Anime) 문화와 사이버 기반의 SF 사운드다.

평가: 3.5/5

문화 집합체는 크기가 커질수록 꿈틀대고 분열하려는 성질을 가진다. 선택폭이 넓고 범용성이 좋은 ‘힙합’이 좋은 예다. 그중에서도 ‘트랩’은 유독 재미있는 흐름을 보이는데, 오버와 언더그라운드의 차이가 거의 없고 상호간에 교류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특유의 트렌디한 인상이 크게 작용한 것도 있겠지만, 퓨처(Future)나 영 떡(Young Thug),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등 유명인들이 차트 전면에서 유행을 선도함과 동시에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꾸준히 행해왔기에 확립된 평균화 양상이다.

물론 그 속에도 양극은 존재한다. 포스트 말론(Post Malone) 같이 대중성에 치중한 이가 있는 반면, 콘셉트적인 면을 부각하여 실험성을 추구한 이들도 있다. 장르가 포화 상태에 이르기 직전 범위를 넓히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주조한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나 과격한 익스페리멘탈을 운용한 제이펙마피아(Jpegmafia) 등과 더불어, 힙합 신에 서브컬처를 가져온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가 바로 이 분야에서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가 이름을 알리게 된 첫 계기는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미고스(Migos)의 곡 ‘Bad and bougie’의 피처링으로 앞서 말한 품앗이 시스템의 수혜를 본 경우지만, 작금 이미지는 철저히 전작 < luv Is Rage 2 >에서 선보인 ‘싱잉 랩’ 퍼포먼스에서 비롯된다. 초창기 행보에서 벗어나 독특한 목소리를 이용한 몽롱한 사운드스케이프라는 무기로 자신의 이미지를 재정의한 사례다. 그렇게 세운 체제조차 현작 < Eternal Atake >에 이르러 또 한 번의 변화구를 맞이한다. 정규작이 지닌 단상은 두 번의 비꼼이다.

미지 행성을 그린 표지와 ‘Eternal Overtake’의 발음을 오묘하게 비튼 신조어 제목은 릴 우지 버트식 ‘미래지향적’ 트랩의 연장선을 힘차게 그어 나가지만, 내용물에서 전작의 싱잉 랩과 피처링 진을 찾아보긴 힘들다. 기저는 단발로 끊어 쏘는 전통적인 기관총 래핑, 그리고 무엇보다 중점이 되는 건 키치한 아니메(Anime) 문화와 사이버 기반의 SF 사운드다. ‘Welcome to eternal atake’를 읊는 보이스웨어 도입부부터 그가 구상한 외계적 풍경 도안이 펼쳐지고, 이후로도 흡사 레이저 태그(Laser Tag) 총싸움이 연상되는 곡이 무수히 쏟아진다. 음산한 기조로 다가오는 ‘Silly watch’와 ‘POP’, 그리고 간결함으로 무장한 ‘You better move’와 ‘Homecoming’까지, 각종 전자음이 장난기 있게 이용된 비트는 매 트랙 신선도를 갱신하며 격양된 분위기를 끌고 나간다.

무기 교체 시점 또한 미묘하게 들어맞는다. 지겨워질 틈에 본인의 차트 진입곡 ‘XO tour llif3’에서 모티프를 둔 듯한 팝 사운드를 대거 출몰시켜 작중 또 하나의 ‘비꼼’ 요소를 장착한다. 트래비스 스캇의 ‘Way back’과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I want it that way’의 일부분을 샘플링한 각각의 곡 ‘Prices’와 ‘That way’처럼, 앨범은 부드러운 멜로디 라인을 가져와 부담이 적은 이모(Emo) 행성으로의 이주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부자연스러운 리메이크 ‘P2’와 다소 난잡한 보너스 트랙 ‘Futsal shuffle 2020’이 항해를 잠시 방해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많은 곡은 기조 변화를 준수하게 지키며 흡입력을 충전한다.

분명 지대하게 깔린 소모성은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이목을 끄는 지점이 새롭고 확실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트랩은 귀를 둔감하게 만드는 비트 반복과 허세 가득한 가벼운 노랫말뿐인 장르’라는 편견이 뒤집힌다. 우주적 아이디어와 트렌디한 프로듀싱을 발판 삼아 1시간 4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단번에 유쾌한 쾌감으로 만든 < Eternal Atake >는 결국 ‘영원한 추월’이라는 네이밍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 화살이 ‘본인’을 일컫든, 혹은 고착화된 ‘트랩 신’이든 간에 말이다.

– 수록곡 –
1. Baby pluto 
2. Lo mein
3. Silly watch
4. POP 
5. You better move
6. Homecoming
7. I’m sorry
8. Celebration station 
9. Bigger than life
10. Chrome heart tags
11. Bust me
12. Prices 
13. Urgency (Feat. Syd)
14. Venetia
15. Secure the bag
16. P2
17. Futsal shuffle 2020
18. That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