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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팩(Anerson .Paak) ‘Ventura'(2019)

자극성을 줄이고 살랑이는 멜로디 위에 따스한 보컬을 얹어 개성을 드러내는 것, 노선 변화의 성공이다.

평가: 3.5/5

차분하고 안정된 사운드가 먼저 들어온다. < Oxnard >와 동시에 작업을 진행했다지만 다른 노선을 걷는다. 닥터 드레의 프로듀싱 하에 힙합의 색채를 앞세워 실험적이고 어딘가 정제되지 않아 보였던 전작에 비해, < Ventura >는 포용력을 넓혀 대중성을 선보인다. 앤더슨 팩은 보컬과 랩, 나른함과 쾌감 그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다시금 그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소울, 펑크(funk), 알앤비의 적절한 균형감,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과거로의 여행은 ‘Beach’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캘리포니아 해변가의 따스함, 완연한 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멜로디 속 귀를 맴도는 베이스와 그루브 감각이 강한 추진력을 일으켜 앨범을 이끌어간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Come home’에서 앤더슨 팩은 피아노 리프와 잔잔한 퍼커션 리듬으로 아우라를 형성하고, 힙합 듀오 아웃캐스트 멤버 안드레 3000의 가볍고 타이트한 래핑이 가세하여 귀를 자극한다.

드러머답게 비트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모든 음악에 몸을 들썩이게 하는 리듬을 심는다. ‘Yada yada’의 1분에 가까운 전주 안에서 리드미컬한 킥 드럼과 피아노는 잠시라도 늘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NBA의 현재진행형 제왕, 르브론 제임스에 헌사를 바치는 ‘King james’도 흥미롭다. 주인공의 운동 실력보다 사회적 참여 의식에 존경을 표하는 이 트랙은 재지한 색소폰과 트럼펫 아래 ‘나와 함께 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흥겨운 에너지를 이어간다.

화려한 게스트들은 주인공보다 앞서 나가지 않고 오히려 그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준다. 모타운의 전설 스모키 로빈슨이 백보컬에 참여한 ‘Make it better’는 1970년대 스타일의 소울을 담아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듯한 포근함을 자아낸다. ‘What can we do?’는 고인이 된 래퍼 네이트 독의 미발매 트랙 위에 올드 스쿨 힙합과 인도 전통 악기 시타르를 합쳐 신선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하며 여유를 배웠고 조화 속 개성을 가져간다.

< Oxnard >는 유명 프로듀서와 여러 힙합 거물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신선함을 갖췄으나 본연의 색깔을 내세우지 못했다. 앤더슨 팩은 < Ventura >로 자신을 앞세웠고 승부수는 적중했다. 신보는 빌보드 차트에서 본인에게 가장 높은 성적인 탑 10을 기록하며 슬기로운 행보를 보였다. 자극성을 줄이고 살랑이는 멜로디 위에 따스한 보컬을 얹어 개성을 드러내는 것, 노선 변화의 성공이다.

– 수록곡 –
1. Come home (Feat. Andre 3000)
2. Make it better (Feat. Smokey Robinson) 
3. Reachin’ 2 much (Feat. Lalah Hathaway)
4. Winners circle
5. Good heels (Feat. Jazmine Sullivan)
6. Yada yada 
7. King james 

8. Chosen one (Feat. Sonyae Elise)
9. Jet black (Feat. Brandy)
10. Twilight
11. What can we do? (Feat. Nate do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