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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Soma) ‘Seiren’(2019)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앨범 제목이 목소리로 선원들을 홀리는 ‘세이렌’인 것은 자연스레 그의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으로 다가온다. 오직 소마만이 쓸 수 있는 포트폴리오다.

평가: 3.5/5

소마의 음악적 변화는 곧 성장이다. 아이돌 타히티를 거쳐 레게라는 파격적인 변화로 솔로 활동에 시동을 걸었고, 첫 EP < Somablu >부터 알앤비를 내걸었다. 자신에게 맞는 색깔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 The Letter >, 재단과 장식을 마친 < 봄 >에서는 완성도 있는 ‘나’를 무대에 올렸다. 이제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낼 차례다. 피비알앤비(PBR&B), 소울, 힙합 등 그동안 시도했던 모든 장르를 담은 < Seiren >은 보다 노련해진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의 장르는 ‘동화’이다. 인어, 해적, 상어 등 일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들(혹은 환상)이 그의 일상을 대변한다. 바다를 힘차게 가로지르는 해적이 주인공인 ‘My captain’은 그간의 노래들을 가사에 담아 본격적으로 자신을 드러냈고, 실제 그가 겪고 있는 심해 공포증을 다룬 ‘Sharks in my window’는 신시사이저 패드의 일렁이는 효과가 우리를 깊은 바닷속으로 인도한다. 누구나 접했던 동화를 테마로 정하여 공감의 범위를 확대하고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처럼 삶은 마냥 행복할 수는 없는 법. 때로는 냉정한 현실, 굳어진 편견이 개인을 주저앉게 만든다. ‘Monster hunter’와 ‘Betty’는 소마가 이를 마주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전자의 ‘어떤 상처에도 너의 잘못은 없단 걸 넌 알아야 해’와 같이 따스한 손길을 내밀기도 하고 후자처럼 ‘뭐 어때’라는 당당한 태도를 보일 때도 있다. 여자도 담배를 피우고 속옷을 안 입고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다는 주체성을 강조한 트랙은 움츠러든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Zebra’는 ‘난 친구들 사이 혼자 줄무늴 그려 넣어’라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을 얼룩말에 비유한다. 여태 겪었던 차별을 담은 다소 무거운 가사와 달리 리드미컬한 베이스 기타와 살랑거리는 멜로디는 반복 청취를 유도한다. 마지막 트랙 ‘She’s dream’은 앨범 전반부에서 느꼈던 바다의 느낌으로 다시 돌아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작은 물고기의 꿈을 그린다. 느릿한 템포 속에서 부유하는 팔세토 보컬이 균형감을 이루고 먹먹한 디스토션은 차분하게 마무리를 담당한다.

< 봄 >의 또렷한 밴드 사운드와 기타 리프에 비해 이번 앨범은 밋밋한 진행이 종종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개연성과 스토리가 풍성해지면서 진가를 보여준다. 그의 가사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스스로일 수 있음을 알리는 거울이 되기도, 꽉 막힌 굴레를 부수는 망치의 역할도 맡는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앨범 제목이 목소리로 선원들을 홀리는 ‘세이렌’인 것은 자연스레 그의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으로 다가온다. 오직 소마만이 쓸 수 있는 포트폴리오다.


– 수록곡 –
1. Fish talk
2. Mermaid (Feat. Khundi Panda)
3. My captain 
4. Shark in my window (Feat. OLNL) 
5. Monster hunter 
6. Betty 
7. Adhd
8. Zebra
 
9. Superman
10. Your eyes
11. She’s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