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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Album

더 보울스(The Bowls) ‘If We Live Without Romance'(2019)

근래 이 정도의 야망을 내세우는 신인은 없었다. 더 보울스의 자신감은 동 세대 그들보다 음악을 많이 듣고 진지한 태도로 음악을 다루는 밴드가 없다는 믿음으로부터 온다.

평가: 3.5/5

근래 이 정도의 야망을 내세우는 신인은 없었다. 더 보울스의 자신감은 동 세대 그들보다 음악을 많이 듣고 진지한 태도로 음악을 다루는 밴드가 없다는 믿음으로부터 온다.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등 고전의 육수에 퓨전, 펑크(Funk)와 알앤비, 몽롱한 얼터너티브를 뭉근히 끓여내던 이들은 이제 윤상을 모티브 삼아 ‘완벽한 가요’를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내세운다.

이지 리스닝을 향한 정진은 간결한 멜로디 리프를 남겨 두고 대부분의 소통을 사운드로 해결하던 지난날과는 사뭇 다른 자세를 가져온다. 보컬과 연주 파트의 구분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그려지며, 사운드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 두고 하나의 특정한 이미지를 각인하고자 하는 노력이 들린다. 짧은 외침으로 끝나던 보컬의 비중이 늘었으며 기타의 뒤에 있던 건반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의도적이다.

연성화 작업에서 우선 칭찬하고 싶은 것은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점이다. 윤상과 하나뮤직, AOR 밴드들과 요트 록 등 상당히 다채로운 음악 재료를 가져와 활용하면서도 밴드는 헤매지 않는다. 영롱한 신디사이저 리프와 베이스라인을 기본으로 삼고 쨍한 기타 리프를 평행 전개하는 ‘Shy’는 일관된 슬로우 템포를 가져가는데, 곧바로 이어지는 나른한 1980년대 뉴웨이브 스타일 인트로 ‘Car’는 후반부 직선적인 드럼과 기타 솔로로 변칙을 준다. 그 와중 로다운30의 윤병주와 함께한 블루스 트랙 ‘Standard’로 그들의 근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데서 젊은 밴드의 패기도 느껴진다.

블루스 밴드의 지난날을 연상케 하는 기타 연주로 출발해 몽환적인 리버브 보컬을 얹은 후 재즈풍 드럼 리프로 시카고와 스틸리 댄을 소환하는 ‘Drive’는 정직한 윤현섭과 이학수의 드럼이 바탕을 잘 잡고 있기에 빛나는 곡이다. 실리카겔의 최웅희가 목소리를 더한 팝 록 ‘Candle’도 리듬 변화 없이 잔잔한 신스 음 위 로-파이 스타일의 기타 리프를 전개하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브라스를 교차하며 달콤한 분위기를 형성하다 얼트 록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Flash of love’와 잔잔한 후반부 트랙들에서 이런 차분하고 간결한 태도가 더 빛을 발한다.

거꾸로 보자면 < If We Live Without Romance >에는 과한 부분도 많다. 복고 스타일의 낭만적 건반 터치로 산뜻한 인상을 남기는 ‘Tidy’는 그 기조를 살리지 않고 몇 번이고 구조를 꼬아 놓으면서 오히려 감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혼란의 사이키델릭과 맑은 피아노, 다시 발랄한 신스팝을 교차하며 현학적인 노랫말이 더해지니 어렵다. 싱어송라이터 홍갑의 보컬과 유려한 베이스 리프로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Daisy’ 역시 급하게 화제를 전환하며 장르를 바꿔 놓는 것이 꼭 다른 두 곡을 합쳐 놓은 인상을 준다.

복잡한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보컬과 메시지도 중심을 잘 지키지만 과감해야 할 때 치고 나올 정도는 아니다. 풀 렝스 앨범에서의 서건호의 보컬은 초반 여유로운 분위기를 주도하는 ‘Plagiarism’과 ‘Car’, 후반부의 ‘엄마’와 ‘봄의 끝에서’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보다 강하게 나가야 할 ‘Tidy’나 ‘Daisy’의 후반부, ‘Candle’에서는 그의 인상적인 기타 연주처럼 감흥을 전달하지 못한다. 로파이의 나른한 로맨스와 낭만 사이서 구체적이지 않은 메시지도 ‘좋은 팝’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더 보울스의 이상과 현실적 구현물이 가장 조화로운 트랙은 낮은 톤의 보컬로 운을 뗀 후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는 ‘Cosmos’다. 정격의 드럼 연주 위 기본과 기교를 오가는 베이스, 기본에 충실한 리프를 전개하다 과감하게 등장할 파트를 아는 기타와 가장 선명한 보컬이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감상을 안긴다. 완급조절에서 약점을 보이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루키다.

자신감 있는 신인 밴드의 준수한 데뷔 앨범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앞서 엄격함은 잠시 덮어 둬도 좋겠다. 밴드는 흔치 않은 접근법으로 흔치 않은 헌사를 바치는데 이것이 튼튼한 완성도와 넓은 범용성을 갖추고 있다. 음악사의 빛나는 레퍼런스를 뭉근하게 끓여낸 더 보울스의 다음 과제는 밴드 고유의 얼큰한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다.

– 수록곡 –
1. Plagiarism
2. Shy
3. Car
4. Drive
5. Tidy
6. Cosmos
7. Standard (Feat. 윤병주 of Lowdown 30)
8. Daisy (Feat. 홍갑)
9. Candle (Feat. 최웅희 of Silicagel)
10. Flash of love (Feat. 성진환)
11. Melody of love
12. 엄마
13. 봄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