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k tok’을 부르며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던 케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떠났음에도 홀로 열심히 흔들던 몸짓을 멈추고는 알록달록한 조명을 꺼버렸다. 이제 그는 화려한 무지개 가면 대신 앨범 커버처럼 비닐봉지를 뒤집어 쓰고 간신히 호흡을 유지한다. 그 모습은 기괴하고 처연한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기방어처럼 보인다.
계약 문제로 닥터 루크의 케모사베 레코드에서 어떻게든 앨범을 내야만 했고 전작은 외면받은 파티와 같았다. 새로운 프로듀서 릭 루빈의 도움을 받은 케샤는 억지로 분위기를 올리는 대신,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고 자신의 고통을 꺼내 보인다. 그 누구도 자신을 보며 즐거워하지 않고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을 직시한 결과, 기존보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이 만들어졌다.
불안하고 섬뜩한 일렉트로니카 ‘Something to believe in’과 ’Eat the acid’가 시작을 알린다. ‘Living in my head’로 자기혐오와 우울을 드러내는 잔잔한 컨트리를 구사하더니, ‘Fine line’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사건과 관련한 감정을 암시하며 심연으로 빠져든다. ‘Only love can save us now’는 미친 듯이 돈을 세는 금전등록기 소리를 초반부 비트로 삼고 컨트리와 가스펠을 섞은 뒤, 섬뜩한 랩과 성스러운 코러스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The drama‘의 극적인 연출은 특히 압권이다. 불면증, 공허함, 자기파괴에 빠진 상태를 고백하는 동안공포가 점점 다가오는 듯한 불길한 사운드가 쌓인다. 후반부에는 ‘집고양이가 되고 싶다’라며 안정을 꿈꾸나 그마저도 기괴하게 뒤틀린다. 그 끝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놔버린 듯 허무하다. 마지막 곡 ‘Happy’는 그 모든 사건 뒤에도 여전히 얼굴에 무지개를 칠하며 애써 밝은 척하던 자신의 처지를 언급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나날들로 여운을 남긴다.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는 실험성과는 별개로 트랙 간 퀄리티가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이 완성도를 깎는다. 자기 고백 작법조차도 어느 순간부터는 다소 일관된 패턴의 양상이라 ‘All I need is you’ 같은 잔잔한 곡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날아간다. 나름 과감하게 시도한 하이퍼 팝 ‘Peace & quiet’도 제대로 섞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 Gag Order >는 케샤의 최선에 가깝다.
대중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자신도 본인의 음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한물간 뮤지션에게 선택지는 둘 뿐이다.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과 도망치는 것. 이 중에서 그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 과정은 구겨진 종이를 다시 펴는 것과 같다. 여전히 일그러졌지만, 모양은 다시 잡았다. 대중성과 거리가 먼 음악에 담긴 불편한 자기 고백을 기꺼이 들어줄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기존의 모든 것들을 포기하니 성장의 씨앗이 발아했다.
-수록곡-
1. Something to believe in
2. Eat the acid
3. Living in my head
4. Fine line
5. Only love can save us now
6. All I need is you
7. The drama
8. Ram dass interlude
9. Too far gone
10. Peace & quiet
11. Only love reprise
12. Hate me harder
13.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