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훼이(YUNHWAY)는 2015년 피비알앤비(PBR&B) 싱글 ‘Fatal love’를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랩과 보컬을 오가며 ‘119 Remix’, ‘IMJMWDP’ 같은 유명 단체곡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힙합 팬들은 호기롭게 출연한 < 쇼미더머니 8 > 60초 비트 랩 예선에서 40초가량을 침묵했음에도 합격하며 ‘인맥 힙합’ 논란에 불을 지핀 모습을 기억한다.
실수 이후 순조롭게 프로그램을 마친 윤훼이의 과제는 < Instant >로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21 새비지(21 Savage)가 떠오르는 차가운 멈블(Mumble) 랩, 두아 리파와 닮은 시크한 중저음의 보컬 톤. 둘 모두 매력이 있으나 아직 랩으로 온전히 한 곡을 이끌어갈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논란의 ‘비추’를 제외하면 앨범엔 랩 트랙이 없다.
톱 트랙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Polaroid’의 싱잉 랩은 힘을 덜어내 몽환적인 비트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트렌디한 일렉트로 팝 ‘Adolescent’와 ‘What do you know about me’는 기리보이의 작품. 도회적인 감각과 어렵지 않은 멜로디 위에서 자연스러운 보컬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2016년 피비알앤비 앨범 < 2226 >를 함께 발표한 프로듀서 세우(sAewoo)와의 작품도 마찬가지. 알앤비의 터치가 진해지는 ‘You you’와 ‘Good life’에서 나른하고도 고혹적인 퍼포먼스를 들려준다. 전자는 은은한 리듬감 위 건조한 관계를 노래하고, 후자는 피비알앤비의 경험을 녹여 절제된 분위기 위 힙스터의 여유로운 일상을 그린다.
인스턴트라는 제목과 달리 꽤 자주 찾을 법한 앨범을 발표하며 미디어의 오해를 어느 정도 벗겨낸 윤훼이다. 다만 그 표현법이 신선하지 않고 깊이 각인될 곡이 없다는 점에서 인스턴트의 한계도 엿보인다. 즉석식품보다 그가 자주 언급하는 ‘데리야끼’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여타 아티스트와 다른, 차별화된 레시피 말이다.
– 수록곡 –
1. 비추
2. Polaroid
3. Adolescent
4. What do you know about me
5. You you
6. Good life
7.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