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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디온(Celine Dion) ‘Courage (Deluxe Edition)'(2019)

셀린 디온에게 ‘요즘 젊은이들’의 팝은 맞지 않는 옷이다.

평가: 3/5

셀린 디온을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건 뭐니뭐니 해도 시원하게 내지르는 가창력이다. 그 파워는 기교나 겉멋으로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영역이다. 한편으로 이런 유명세는 양날의 검이 된다. 대중이 기대하는 방향과 본인이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뚜렷한 만큼, 그 틀안에 갇히기도 쉽다. < Courage >는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1990년대 디바의 노력이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춘 앨범은 어색하게 들린다.

앨범의 시작부터 당혹스럽다. ‘Flying on my own’은 복고를 노린 듯한 유로 댄스 곡인데, 그 다음 트랙은 알앤비와 힙합을 섞어 넣은 ‘Lovers never die’다. 스티브 아오키가 프로듀싱한 ‘Perfect goodbye’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Wildest dreams’가 떠오르고, ‘Heart of glass’나 ‘Baby’는 작곡자인 시아(Sia)의 성격이 강하다. 음색과 멜로디, 곡 구성의 결이 어긋난다.

물론 변화가 마냥 불편하진 않다. 시아의 멜로디는 ‘Lying down’에서 데이비드 게타의 손길을 거쳐 셀린 디온의 가창력을 온전히 간직한 채 현대의 파워 발라드를 연성한다. 가스펠 스타일의 ‘I will be stronger’는 샘 스미스가 손을 보탠 ‘For the lover that I lost’ 보다 담백한 감성으로 이별 이후의 용기를 노래한다. 디온의 사별한 남편 르네 안젤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대목이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인다.

이처럼 실험적인 앨범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역설적이게도 ‘셀린 디온스러운’ 1990년대 발라드의 진솔함에 있다. 피아노 발라드인 타이틀곡 ‘Courage’는 ‘My heart will go on’이 존재하는 타임라인을 불러내 그 서사를 연장하고, ‘The chase’의 우아한 컨트리 록에는 그녀가 지난 8년간 라스 베가스에서 장기 콘서트 ‘셀린’을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가 녹아있다. ‘Boundaries’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선은 셀린 디온의 반가운 전매특허다.

< Courage >는 발매와 함께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 주에 바로 차트 100위권 밖으로 하락했다. 17년만의 차트 1위가 일주일도 못 갔다. 셀린 디온이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위치가 엿보인다. 199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유행하는 지금, 그는 분명히 독보적인 아이콘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류를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이 굳이 힘을 들여 엉뚱한 시류를 타려고 했으니, 그 내용물이 일관적이진 않다. 셀린 디온에게 ‘요즘 젊은이들’의 팝은 맞지 않는 옷이다.

– 수록곡 –
1. Flying on my own
2. Lovers never die
3. Falling in love again
4. Lying Down 
5. Courage 
6. Imperfections
7. Change my mind
8. Say yes
9. Nobody’s watching
10. The chase 
11. For the lover that I lost
12. Baby
13. I will be stronger 
14. How did you get here
15. Look at us now
16. Perfect goodbye
17. Best of all
18. Heart of glass
19. Boundaries 
20. The hard way